문재인 대통령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풍토와 관련해 “청문회 기피현상이 실제로 있다”며 “좋은 인재를 모시기가 정말 쉽지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8일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앞두고 여야와 비공개 사전환담을 갖고 “본인이 뜻이 있어도 가족이 반대해 좋은 분들을 모시지 못한 경우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인사청문회와 관련한 문 대통령의 언급은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유명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에 대한 논의에서 비롯됐다.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유 본부장의 남편이 정태옥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의원인 것과 관련해 문 대통령에게 “승패에 상관없이 이번에 문 대통령께서 후보 연좌제를 깼다”고 말한 것.
이에 문 대통령은 “부부는 각각의 인격체 아닌가”라며 “각각 독립적으로 자유로운 활동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 시 남편 또는 부인이 누구인지는 고려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다.
강 대변인은 “남편 또는 부인이 누구인지 개의치 않고 인사해왔다”며 “2017년 민유숙 대법관의 경우 남편이 당시 야당 소속이었다”고 부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인사청문회도 가급적 본인을 검증하는 과정이 돼야 하지 않겠냐”는 신념을 밝혔다.
이어 박병석 국회의장은 “국회에서도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은 비공개로 하고, 정책과 자질 검증은 공개하는 방향으로 청문회 제도를 고치려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국회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가운데 도덕성 검증 부분을 비공개로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논의에는 속도가 나고 있지 않다.
이에 문 대통령은 “그 부분은 반드시 개선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종전대로 하더라도,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다음 정부에서는 반드시 길이 열렸으면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강 대변인은 “작금의 인사청문회 풍토 문화에서 다음 정부는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개각을 앞두고 어려움을 토로한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개각을 하는지 안하는지 공개하지 않았는데 개각을 하는 걸 전제로 한 질문”이라며 “인사 문제에 대해서는 개각이 있다, 없다는 미리 언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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