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사망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으로 공석이 된 서울과 부산에 내년 재보궐선거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김근식 경남대 교수가 “부끄러움도 없는 ‘철판 정당’”이라고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말그대로 ‘철판정당’입니다. 자신들이 만든 당헌당규를 자신들 스스로 무시하고 위반한다”면서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여야 앞다퉈서 기소만 되어도 당원권 정지로 공천제한 했던 게 최근”이라면서 “부패비리 등으로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하면 공천하지 않겠다고 서로 혁신경쟁 했던 것도 최근”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민주당이 보궐선거의 원인제공 정당에 책임을 묻는다면서 스스로 가장 혁신적인 방안이라고 자랑했던 ‘무공천’ 약속을 슬그머니 도둑 담너머가듯이 무시해버렸다”고도 적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공론화도 논쟁도 없이 슬쩍 묻고 지나가는 모양새”라면서 “내로남불, 조로남불, 추로남불에 익숙한 정당, 염치와 부끄러움조차 없는 그야말로 ‘철판정당’”라고 거듭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앞서 민주당은 이날 재보궐 후보를 공천하겠다고 밝히는 동시에 당원 의사를 묻기 위한 전당원투표를 실시할 것을 예고했다.
민주당 당헌을 보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있다.
때문에 민주당이 내년 재보궐 선거에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서는 당헌을 개정해야 한다. 민주당이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는 것은 내년도 서울·부산 시장 재보궐 선거가 당헌을 바꿔야 할 정도로 중요한 지 묻는 의미가 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당원들이 보궐 선거에서 후보를 내게 될 지에 대한 의지를 묻는 장”이라고 말했다.
해당 조항은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대표를 맡은 시절 지금의 형태를 갖췄다.
지난 2015년 7월 문재인 대표 시절 김상곤 위원장이 이끄는 혁신위원회는 무공천 사유를 ‘부정부패 사건’에 한정하던 것을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확대했다. 지자체장들의 부정부패 뿐만 아니라 성추행과 같은 잘못 역시 당이 책임지겠다고 밝힌 셈이다.
이후 민주당은 2년 뒤인 2017년 정당발전위원회를 통해서도 이같은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질 경우 원인제공 정당과 후보자에게 책임을 묻는 방안을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당시 민주당 정발위가 법제화하겠다고 밝힌 데는 “후보자의 부정부패로 재보궐 선거가 치러지면 선거관리 경비 등 막대한 부담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만큼 해당 정당과 후보자에게 각각 무공천, 선거비용 보전비용 환수 등으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하지만 민주당이 3년 만에 “정당의 책임”을 언급하면서 이같은 당헌을 뒤집자,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리 당 잘못으로 시정 공백을 초래하고 보궐선거를 치르는 데 대해 서울·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께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게 책임 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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