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한국의 ‘개구리 소년 사건’을 연상케 하는 초등생 실종 사건이 발생해 부모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일곱살짜리 초등생 3명이 놀러 나갔다가 14일째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 수백 명이 수색작업을 벌였지만, 실종 당일 마을 공사장 중장비 옆을 뛰어가는 모습이 찍힌 동영상을 끝으로 흔적이 끊겼다.
31일 트리뷴뉴스 등에 따르면 수마트라섬 북부 랑캇군의 한 마을에서 지난 18일(일) 친구들과 어울려 놀러 나간 7세 초등학생 남자아이 세 명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같은 날 오후 경찰에 접수됐다. 아이들의 이름은 니잠, 요기, 자흐라이다.
실종된 아이 중 한 명의 엄마인 마스다아니는 “아들이 친구들과 호수 근처에서 논다고 나갔는데, 점심 먹을 때가 됐음에도 돌아오지 않았다”고 초췌한 얼굴로 말했다. 경찰은 주민들로부터 “호수에 있는 아이들을 봤다”, “공사장 근처에서 노는 모습을 봤다”, “시장으로 걸어가는 걸 봤다”는 제보를 봤고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수색 중이다. 랑캇군 경찰서 관계자는 “200명을 투입해 아이들의 흔적을 찾고 있지만 성과가 없다”며 “탐지견도 투입했으나, 지금이 우기라서 비가 자주 오다 보니 냄새를 맡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실종 당일 아이들의 노는 모습이 동영상에 찍힌 지점을 봉쇄하고 수색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마을 주민 술라스트리가 18일에 찍은 동영상에는 아이들이 구덩이를 파고 있는 포크레인 옆으로 뛰어가는 모습이 보인다. 술라스트리는 “포크레인이 하수도를 파는 모습을 찍은 건데, 아이들이 뛰어가는 모습이 담겼다”며 “아이들은 중장비를 보고는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었다”고 말했다.
기다림이 길어지자 주민들 사이에는 “얼마 전 호수에서 두 눈이 없는 9㎏짜리 금붕어를 낚시꾼이 잡아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소문이 퍼졌다. 실종된 아이들의 부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주술사를 불러 호수에 다른 금붕어를 방생하고 기도를 올렸다.
이번 사건은 한국의 ‘개구리소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1991년 3월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와룡산에 도롱뇽알을 잡으러 간 9∼13세 소년 5명이 실종됐다. 경찰은 소년들이 마지막으로 간 와룡산 일대를 중심으로 연인원 32만여명을 투입해 수색을 벌였으나 흔적조차 찾지 못했다. 그러던 중 10여년이 지난 2002년 9월 26일 와룡산 4부 능선에서 실종 소년 5명의 유골이 발견됐고, 2006년 3월 25일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작년 9월 대구경찰청 미제사건 수사팀이 개구리소년 사건 재수사에 착수했지만, 용의자 특정을 위한 단서를 지금까지 확보하지 못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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