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폐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는 가운데 학원 폐원율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국세청, 경찰까지 동원해 학원 방역실태를 점검해 학원들의 반발이 컸지만 실제로는 문을 닫는 학원이 예년 대비 줄어든 것이다. 원격수업 장기화로 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학력 격차 우려가 커지면서 사교육 의존도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들어 전국 17개 시도 학원 폐원율 모두 '뚝'
1일 서울경제가 국회 교육위원회 김병욱 국민의 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전국 17개 시도 학원 폐원율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 들어 모든 지역에서 폐원율이 급감했다.
지난해 말과 올해 9월 폐원율을 비교해 보면 울산은 9.79%에서 3%, 제주는 8.69%에서 3.37%로 급감했다. 충북·전남이 절반으로 떨어지는 등 나머지 14개 지역에서도 모두 폐원율이 하락했다.
교육부가 지난 2월 24일부터 5월 29일까지 국세청 등과 수도권 학원·교습소 12만 8,837곳의 방역 상황을 합동 점검하는 등 휴원을 압박했던 수도권에서도 학원 영업은 오히려 성행했다. 서울의 경우 9.6%에서 6%로 줄었다. 경기는 8.57%에서 5.58%로, 인천은 7.07%에서 5.48%로 각각 감소했다. 특히 이들 지역은 모두 2018년 대비 2019년에 폐원율이 올랐다가 2020년에 감소세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였다.
동시 수강인원이 9명을 넘지 못하고 한 과목만 수업이 가능한 교습소의 경우 폐업 감소 폭은 훨씬 컸다. 인천의 교습소 폐업 비율을 보면 지난해 말 15.66%였으나 올해 9월말에는 9.55%로 떨어졌다. 광주의 경우도 16.51%에서 8.46%로 급감했다. 울산에서는 13.5%에서 4.96%로 하락했다.
'코로나 학력격차' 우려에 거리두기에도 학원 성행
이처럼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폐원율이 하락한 것은 등교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원격수업이 장기간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등교를 못 해 학습습관 유지에 어려움을 겪거나 학력 격차를 걱정한 학생들이 대거 학원으로 몰렸다는 뜻이다. 수도권 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대형학원의 경우 원격수업 시스템이 잘 갖춰져 집합금지 기간에도 온라인 수업을 진행했고, 대형학원이 문을 닫으니 중소형 학원이나 교습소로 학생들이 많이 이동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수차례 연기된 뒤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맞았고 5월에서야 순차 등교가 이뤄졌다. 이후에도 감염병 확산에 따라 등교중단이 반복되고 2학기에도 원격수업이 이어지면서 학력 격차가 심각해지고 이는 사교육 성행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교육 공백 우려에 사교육 또 지붕 뚫나
벌써부터 교육계에서는 올해 사교육 지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교육부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초·중·고생 사교육비 총액은 전년 대비 7.8% 증가한 20조9,970억원으로 2007년 공식 집계 이래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2009년(21조6,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특히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연간 증가율(10.4%)과 증가액(3만원) 모두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32만1,000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등교수업이 정상 운영되지 못했고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학력 격차 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컸다는 점을 고려하면 또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사교육 쏠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교육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과 누릴 수 없는 계층이 확연히 갈리는데 국가가 정책으로 이를 조정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간극을 공교육이 메워줘야 한다”면서 “대면 지도를 늘리고 각 학교마다 기초학력 전담교사가 개별지도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 구축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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