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에서 벌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꿀을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양봉교육과 콘텐츠 개발을 통해 도심양봉에 대한 사회인식을 바꾸고 싶습니다.”
도시양봉 기업 어반비즈서울의 박진(38·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벌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키우면 도시에서도 사람과 벌의 공존·상생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8년째 꿀벌을 키우고 있는 박 대표에게 도심은 양봉의 최적지다. 꿀벌이 좋아하는 고온건조한 환경을 갖춘데다 곳곳에 심은 다양한 꽃·식물은 풍부한 먹잇감이다. 박 대표는 “공해문제가 지적되지만 농촌에서 다량 살포되는 농약과 극심한 먹이경쟁에서 자유로운 도시 꿀벌은 건강하고 그 벌이 만든 꿀도 성분상 일반 꿀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도심 양봉장은 주로 서울 상업지역 빌딩 옥상에 지어졌다. 그가 지난 2013년 노들섬 등 2곳에서 시작한 양봉장은 현재 20곳으로 늘어났다. 상도동 핸드픽트호텔, 동대문 이비스버젯앰배서더호텔, 여의도 한국스카우트연맹빌딩 등 도심 옥상에 자리잡은 꿀벌통만 150통에 달한다. 4~7월 꿀벌들이 왕성히 꿀을 모으는 시기에는 박 대표도 덩달아 바빠진다. 8~9월 태풍이 올 때는 벌통관리에 눈코 뜰 새 없다.
그는 “벌을 키우는 것보다 더 어려운 점은 ‘도시에서 왜 위험하게 키우나’라는 부정적 시선”이라며 “편견과 오해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꿀벌구조대인 ‘비(Bee)119’를 자체 운용해 도심 벌집이 발견되면 소방관을 대신해 벌들을 구조해와 키운다”고 설명했다.
어반비즈서울은 인식개선과 지속운영을 위해 꿀 판매 외에 기업들의 양봉위탁과 시민 대상의 양봉교육·체험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친환경사업에 적극적인 아모레퍼시픽 등 기업에서 장소를 제공받고 대신 벌을 키우는데 이 같은 양봉위탁기업이 매년 7~8군데에 달한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 양봉체험을 즐기는 시민들도 늘고 있다. 그는 “벌도 반려동물이 될 수 있다”며 “벌 키우는 데 보람을 느끼며 자연스레 도심의 꽃·나무·녹지 등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우체국쇼핑·공공기관 등에서 일하면서도 새로운 직업을 갈망했던 그는 5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2013년 창업했다. 처음부터 양봉 사업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평소 관심이 많았던 환경과 농업, 사회공헌의 접점을 찾은 끝에 도심양봉에 도전했고 국내외 서적들을 뒤져 양봉기술을 터득했다.
그가 그리는 어반비즈서울의 미래는 꿀이 아닌 벌에 대한 콘텐츠 생산·유통이다. 다양한 벌꿀 데이터를 기반으로 벌과 양봉 지역 특성 등을 분석해 양봉농가나 지방자치단체에 제공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꿀을 특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분석보고서를 연말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양봉은 도시를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하도록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며 “벌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