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영화 시리즈 ‘007’에서 1대 제임스 본드 역할을 연기한 영국의 원로 영화 배우 숀 코너리(사진)가 31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90세.
1962년 제작된 007 시리즈 첫 작품인 ‘007 살인번호’에서 최초의 제임스 본드 역할을 연기한 그는 007 시리즈 가운데 7편의 작품에서 주연을 맡았다. 영화팬들 사이에서는 역대 007 중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할리우드 영화계에서 ‘섹시한 남성’간판 배우로 명성을 떨쳤다.
코너리는 007 시리즈 이외에도 ‘오리엔트 특급살인’(1974년), ‘장미의 이름’(1986), ‘언터처블’(1987년),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년), ‘더록’(1996년) 등 다수의 작품에 출연했고 2006년 공식 은퇴했다. 그는 수십년간 연기생활을 하면서 미국 아카데미상(오스카)과 2개의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상, 3개의 골든글러브상을 수상했다. ‘언터처블’에서 아일랜드 출신 경찰 역할로 1988년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그는 2000년 스코틀랜드 홀리루드궁에서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으로부터 기사 작위를 받았다.
1930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파운틴브리지 지역에서 태어난 코너리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코너리는 13세에 학교를 그만뒀고, 우유 배달과 벽돌공 등을 하다가 해군에 입대했다. 위궤양으로 3년만에 군을 나온 그는 다시 트럭 운전사와 안전요원으로 생계를 이었다. 1954년 단역으로 연기 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드라마와 영화 등에서 경력을 쌓았고 1957년 BBC의 ‘블러드 머니’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스코틀랜드에 엄청난 자부심을 가졌던 그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지지해왔다. 2014년 스코틀랜드 분리독립 주민투표를 앞두고 그는 독립을 위해 표를 던져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코너리는 당시 일간지 더 선에 기고한 글에서 “스코틀랜드와 예술을 평생 사랑한 사람으로서 분리독립을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매우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너리는 스코틀랜드에서 태어났지만 그곳에서 오래 살지 못하고 스페인, 바하마, 뉴욕에서 지냈다. 그는 2003년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2005년 “백치들같은 영화인들에 신물이 난다”며 “내가 차마 거절할 수 없는 마피아와 같은 제의가 아니라면 영화에 출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후 ‘인디아나 존스4’, ‘반지의 제왕’ 등 유명 작품의 출연 제의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의 별세소식에 이날 니컬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비통하다. 우리는 오늘 가장 사랑하는 아들 중 하나를 잃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트위터에 “상징적인 배우이자 멋진 친구였던 숀 코너리의 별세를 애도한다”고 말했다. 그의 뒤를 이어 최근 제임스 본드 역할을 하는 영국 배우 다니엘 크레이그도 코너리를 “시대와 스타일을 정의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박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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