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무료·유료로 접종 중인 4가 독감백신 제품들은 임상시험에서 비슷한 정도의 이상반응을 보였다. 한 제품은 19~64세 성인의 68%, 65세 이상 노인의 41%에서 접종 후 7일 동안 △주사부위 통증(성인 49%, 노인 21%) 같은 국소 이상반응 △근육통·피로(각 26%)·두통(13%)·오한(8%) 같은 전신반응 등 중하지 않은 이상반응을 보였다. 증상은 대부분 1~3일 안에 사라졌다.
다만 최근 독감백신을 접종한 1,150여만명 중 질병관리청에 이상반응으로 신고된 경우는 1,669건(10월 31일 0시 기준)에 그쳤다. 이상반응은 발열·국소반응 등이며 백신 접종과의 인과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백신 접종 후 사망자 70세 이상 85%·60대 5%
신고된 사망자 83명 중 90%는 60대 이상(60대 5%, 70대 이상 85%) 연령층이었다. 백신 접종 후 사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24시간 미만 16%(13명), 24시간 이상~48시간 미만 24%(20명), 48시간 이상 60%(50명)였다.
24시간 내 사망자의 경우 백신 접종 등 특정 약물이나 음식·곤충 독 등에 노출된 뒤 몇 분~몇 시간 안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급격한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로 인한 쇼크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은 사망자 83명 중 72명에 대한 사례 조사 결과 백신 접종과의 인과관계는 매우 낮다고 판단했다. 심혈관·뇌혈관계 질환, 당뇨병, 만성 간·폐질환 및 신부전, 부정맥, 악성 종양 등 기저질환(지병)의 악화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특히 부검을 마친 40명에서 급성 심근경색, 뇌출혈, 대동맥 박리, 폐동맥 혈전색전증, 질식사, 패혈증 쇼크, 폐렴, 신부전 등의 사인이 발견됐다.
한편 질병관리청 연구용역 보고서에 따르면 아나필락시스로 16개 대형병원에서 진료(2016년 11월~2018년 12월)받은 558명 중 93%가 원인물질 노출 2시간 안(72%는 30분 내, 21%는 30분 초과~2시간 내)에 증상이 나타났다. 90% 이상은 두드러기·혈관부종 등 피부, 83%는 호흡기(호흡곤란·기침·콧물 등), 49%는 위장관계(구토·복통 등), 30%는 신경계(어지러움·마비 등), 28%는 심혈관계(저혈압·창백·흉통 등) 증상을 겪었다.
성인 증상자 가운데 32%는 알레르기 질환 가족력이 있었고 17%는 과거 아나필락시스 경험자였다. 호흡곤란(저산소증), 저혈압, 의식 소실 등 심한 신경계 증상 가운데 1개 이상이 발생한 ‘중증 아나필락시스’는 23.5%(성인 38%, 소아·청소년 14%)에서 나타났다. 연령이 높을수록 중증 비중이 커졌다. 중증 환자는 에피네프린 근육주사 등 적절한 응급조치를 하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에피네프린은 혈관 수축, 심장 자극, 기관지 확장 작용으로 아나필락시스 급성기 치료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투여 권고된다.
성인 아나필락시스 증상자는 대부분 알레르기 비염(28%), 음식 알레르기(18%), 고혈압(15%), 약물 알레르기(11%), 당뇨병(6%), 천식(5%), 아토피 피부염(4%), 심혈관 질환(3%), 만성 두드러기(2%) 등 하나 이상의 질환을 앓고 있었다.
◇발열·만성질환자·감염질환자 등 접종 주의해야
백신 접종에 따른 이상반응을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독감 유행 수준이 예년보다 낮고 유행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으므로 예방접종을 너무 서두르지 말고 건강 상태가 좋은 날 맞아달라”며 “접종 후 호흡곤란, 두드러기, 심한 현기증 등이 나타나면 즉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안전한 예방접종을 위해 접종 대기 중 충분한 수분 섭취, 아픈 증상이 있거나 만성질환·알레르기 병력이 있으면 예진 때 반드시 의료인에게 알리기, 접종 후 의료기관에서 15~30분간 이상반응 여부 관찰, 접종 당일 무리하지 말 것도 주문했다.
식약처는 독감백신을 주의해서 접종해야 할 대상자로 발열, 급성기·활동기에 있는 호흡기·심혈관계·신장·간 질환자, 활동성 감염질환자, 계란·닭고기 등에 과민한 사람, 백신 성분에 의해 아나필락시스가 발생한 적이 있는 사람, 이전 접종에서 2일 안에 발열·전신성 발진 등 알레르기 의심 증상이 나타났던 사람, 접종 전 1년 안에 경련 등의 증상을 보인 사람, 백신 접종으로 6주 안에 신경이상이 나타난 사람, 면역부전 진단을 받은 사람, 현저한 영양저하자 등을 꼽았다. 또 혈우병·혈소판감소증 등 출혈성 질환자이거나 뇌졸중·심혈관질환 등으로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항혈액응고제(헤파린·와파린 등) 치료를 받고 있다면 백신 접종의 예방 효과가 부작용보다 큰 경우가 아니면 접종하지 말 것을 권하고 있다.
건강한 편이라면 치료제가 있는 독감 백신을 굳이 맞을 필요는 없다는 견해도 있다. 독감은 좋은 치료제도 있고 걸린지 48시간 안에 빨리 치료를 시작하면 대개는 잘 낫기 때문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예방의학)는 “코로나19로 인한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사회적 거리두기, 해외 입국자 대폭 감소로 이번 겨울에는 독감에 걸릴 위험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상황”이라며 “개인위생을 잘 지키고 건강한 사람은 독감 백신을 꼭 맞을 필요는 없다”고 했다.
한편 독감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생겼다면 보호자가 직접 신고(예방접종도우미 홈페이지 또는 앱)하거나 병·의원을 통해 신고(질병보건통합관리시스템)할 수 있다. 또 독감백신을 맞은 뒤 이상반응으로 30만원 이상의 본인부담 진료비 등이 발생했다면 무료접종 대상자(국가예방접종 지원대상자)는 관할 보건소를 통해, 유료접종 대상자는 한국의약품안전관리에 보상(피해구제) 신청을 할 수 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