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와 여권을 겨냥해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는 ‘조국흑서 집필진’ 서민 단국대학교 의대 교수와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윤석열 응원 화한’을 놓고 날카로운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김 의원이 서 교수의 ‘풍자글’을 ‘사과글’로 오해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서 교수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고인 이용해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뒤 “현실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이 실체적 진실에 눈을 감고 곡학아세하는 게 답답해, 고인이용권이 저쪽 진영만의 권리인 것도 망각한 채 절대 언급조차 하면 안되는 고인을 소환해버렸다”고 비꼬았다. 이어 “앞으로는 히포크라테스는 물론, 죽은 사람은 일체 소환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서 교수는 앞선 지난달 31일 ‘테스형, 아니 해철형’이라는 가수 고(故) 신해철씨 추모글을 통해 “신해철이 지금 살아 있었다면, 현 정권의 작태에 누구보다 분노했을 것”이라며 “진보주의자로 진보정권을 훨씬 더 지지했던 신해철이지만, 그는 진보정권의 잘못에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참지식인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 시절 깨어있는 척하며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던 그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한 폭정을 저지르는 현 정권에 침묵하고, 심지어 옹호하기까지 한다”며 “이런 와중에 신해철이 있었다면 상식적인 국민들의 속이 뻥 뚫렸을 테고, 나 같은 뜨내기가 얼떨결에 정권과 싸우는 투사가 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일부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 고인을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자 서 교수는 ‘사과글’의 형식을 빌렸지만, 사실상 “고인이용권이 저쪽 진영만의 권리”라며 사실상 진보 진영을 에둘러 비판한 글을 게시했다.
이 과정에서 김 의원은 서 교수의 ‘풍자글’을 진짜 사과문으로 착각해 “서민교수님, 빠른 사과 잘 하셨다”라며 “대학 교수가 직업 정치인은 아니지 않느냐. 교수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사회의 여러 현안에 대해서 비판할 수는 있겠지만, 교수님의 최근 행동들은 너무 경박하고 눈살을 찌푸려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는 서민 교수님이 제2의 변희재씨, 진중권씨 보다는 이상돈 교수님, 최장님 교수님 같은 분이 되시길 바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 묵직하게 행동하시면 좋겠다”며 “항상 타인에 대해서 예의를 지키며, 지나친 풍자와 조롱은 삼가하시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또 “그런데, 사과문이 깔끔하지는 않다”며 “진심이 담겨야 하는데”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김 의원 게시글에는 곧이어 “‘고인이용권은 좌파에게 있는데 내가 써서 미안하다’ 이게 사과는 아닌 거 같네요”라는 댓글이 올라왔고, 김 의원은 “아이고 또 그렇게 사과를 하셨나요. 사과를 하셨다는 말만 들었는데”라며 “‘히포크라테스든 죽은 사람은 일체 언급을 안하겠다’로 글을 끝냈네요. 유치찬란 하네요”라고 답변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해 대검찰청 앞에 늘어선 화환을 치워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서민 교수가 “낙엽의 위험성을 우리에게 알려준 김남국 의원님께 깊이 감사드린다”고 비꼬자, 김 의원은 “연세도 있으시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시는 만큼 좀 조심하셨으면 좋겠다”며 서 교수의 공격을 맞받았다.
이에 서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치사한 김남국’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싸우다 논리에서 밀릴 때 너 몇 살이야 라고 따지는 사람이 제일 치사한 사람인데 김남국 의원님이 그 필살기를 펼칠 줄 (몰랐다)”고 반격했다.
그는 “그 바람에 그간 숨겨온 내 나이가 폭로됐다. 게다가 그(김 의원)는 내가 나이 많다는 걸 부각시키려 ‘연세’라는 막말까지 했다”며 “상속문제 때문에 아버지가 내 출생신고를 5년 먼저 했기에 더 억울하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을 향해 “남국님, 연세도 있는데 조심하라는 말은 제 호적나이보다 두 살이나 많은데도 SNS는 천배쯤 열심히 하는 조국한테 하시라”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한편, 서 교수와 김 의원의 설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4일에도 서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김남국 의원께 사과합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김 의원님은 조국 전 장관님의 똘마니이기만 한 게 아니라, 추 장관님의 똘마니도 겸하고 계셨다. 대부분의 똘마니가 한 명의 주군을 모시는 것도 힘겨워하는 판에, 엄연히 다른 인격체인 조국과 추미애 모두를 같은 마음으로 모시는 김 의원님은 가히 ‘똘마니계의 전설’이라 할만하다”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내자 김 의원은 “얼마든지 자유롭게 비판해주시고, 근거를 갖춰서 의견을 달라”고 대립각을 세운 바 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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