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도록’ 명시된 당헌을 전당원 투표를 통해 개정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전당원투표가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라는 당헌·당규의 유효투표 기준에 미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해당 전당원투표가 ‘여론조사’ 성격이었다고 해명하면서, 3일 중앙위원회에서 당헌에 ‘이번 보선의 경우 10월31일~11월1일 실시된 전당원투표(여론조사)로 갈음한다’는 취지의 부칙을 넣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당무위원회에 이어 중앙위원회를 거쳐 당헌 제96조 2항에 대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할 방침이다. 오후 3시 투표 종료 후 개표를 거쳐 투표 결과가 발표되며, 재적 과반 이상 참여에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된다. 개정 방식은 문제가 되는 제96조 제2항 뒤에 ‘단, 전당원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다는 방안이 제시됐다.
아울러 당헌 개정의 근거로 삼은 이번 ‘전당원투표’의 유효성 논란이 불거진 것을 의식해 ‘이번 보선의 경우에는 여론조사로 갈음한다’는 취지의 부칙을 넣는 방안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소통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칙 조항에 이번 전당원투표가 유효하다는 것도 추가로 해서 (개정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선 지난 2일 최 수석 대변인은 국회 소통관에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공천 관련 전당원투표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투표는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이에 따르면 찬성이 86.64%, 반대는 13.36%로 나타났다. 투표율은 26.35%였다.
최 수석 대변인은 “86.6%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은 재보궐선거에서 공천해야한다는 전 당원의 의지의 표출”이라며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를 공천해 시민에게 선택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욱 부합한다는 이낙연 대표와 지도부의 결단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라고 밝혔다.
하지만 ‘압도적지지’를 받았다는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투표의 유효성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전당원투표는 전 당원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로 명시돼 있는데, 이번 전당원투표의 참여율은 26.3%로 유효투표율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이번에 실시한 투표는 의결 절차가 아니라 (당원들의) 의지를 묻는 것”이라며 “유효투표 조항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번 투표의 성격이 ‘전당원여론조사’에 가까우며 투표를 통해 당헌을 개정하는 작업이 의결된 것이 아니라 당원의 의견을 바탕으로 당헌 개정 작업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이낙연 대표는 역시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온라인 중앙위원회에서 “매우 높은 투표율과 찬성률로 당원들은 후보자를 내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 게 옳다는 판단을 내려줬다”며 이번 당헌 개정안도 전당원 투표의 결과를 반영한 안이 될 것이다. 중앙위원들이 뜻을 잘 이해하고 온라인 투표에 참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당헌 개정에 대한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 지도부이자 한 여성으로서 천근만근 무거운 시간을 보내며 저도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송구하다는 말씀 외에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보궐선거는) 전적으로 저희 책임”이라며 “당원 여러분께도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 여러분께 어려운 선택을 강제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 지혜를 모아 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또 “모든 비판은 저희 지도부만을 향해 달라. 원칙을 저버렸냐는 비난도, 공천 자격이 있냐는 비판도 지도부가 달게 받겠다”며 “당원들의 죄라면 잔인한 선택을 강요받은 것밖에는 없다”고 덧붙였다.
노무현 정부 초대 정무수석을 지낸 ‘원조 친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전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의 이번 결정에 대해 “지금의 정치 세태가 명분을 앞세우기보다 탐욕스러워지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비례위성정당 만든 짓도 아주 천벌 받을 짓이라고 해놓고 천벌 받을 짓을 했다. 이번 당헌·당규를 뒤집은 것도 마찬가지”라고 질타했다. /조예리기자 shar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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