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전국 5대 시장이던 화개장터에 장이 설 때면 전국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막걸리를 마셨다. 면 단위마다 하나씩 있던 양조장이 지난 1970년대 정부의 양조장 통폐합 정책에 따라 하나둘 문을 닫고, 영호남의 다양한 막걸리가 공급되던 화개장터에 지금은 몇몇 막걸리만 공급되고 있다. 화개장터 막걸리도 그중 하나다. 정확한 시기는 알 수 없지만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화개장터가 있는 화개면 탑리에서 빚어 장터에 내다 팔아온 전통 막걸리다.
현재 화개합동양조장을 운영하는 이근왕 대표는 선친이 운영해오던 양조장을 물려받아 2005년부터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주로 지역에서 소비되는 화개장터 막걸리는 주 고객인 시장 상인들과 지역 농민들의 입맛에 맞춰 예전 방식을 그대로 지켜오고 있다. 밀막걸리가 사라진 요즘 대부분의 막걸리는 발효제로 무엇을 쓰느냐에 따라 나뉘는데, 화개장터 막걸리는 누룩 대신 쌀 입국(粒麴)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누런색의 걸쭉한 막걸리가 아니라 맑고 묽은 게 쌀 입국 막걸리다.
이 지역 사람들에게 화개장터 막걸리는 개운한 맛으로 통한다. 알코올 도수 7도의 화개장터 막걸리는 단맛은 거의 없는 대신 상큼하고 깔끔한 게 특징이다. 이 대표는 “끈적한 스타일이 아니라 시원한 물 마시듯이 벌컥벌컥 마시는 술”이라며 “어떤 음식 하고도 궁합이 잘 맞는다”고 설명했다.
하동에서 화개장터 막걸리는 음식점·마트 등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다만 생주라 유통기한이 짧고 지역 소비용으로만 생산되고 있어, 하동에 들렀을 때 재첩·참게와 함께 빼놓지 않고 맛봐야 할 메뉴 중 하나다. 화개합동양조장은 지역 농가로 구성된 하동주민공정여행놀루와협동조합에 가입돼 있어 하동 여행상품과 연계한 양조장 견학, 막걸리 빚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글·사진(하동)=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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