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시대에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하는 영화가 탄생했다. 어떻게 보면 콩가루 집안처럼 보일지 몰라도 우리 현실의 가족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영화 ‘애비규환’의 이야기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애비규환’ 언론시사회가 열렸다. 최하나 감독과 배우 정수정, 장혜진, 최덕문, 이해영, 강말금, 남문철, 신재휘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애비규환’은 똑 부러진 5개월 차 임산부 ‘토일’이 15년 전 연락 끊긴 친아빠와 집 나간 아이 아빠를 찾아 나서는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연기자로 입지를 굳히고 있는 정수정을 비롯해 ‘기생충’의 장혜진, 최덕문, 강말금, 남문철, 신재휘까지 충무로 황금 라인업 배우들이 총출동해 연기 앙상블을 기대하게 한다.
작품은 최하나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90년생으로 충무로 젊은 피로 주목받는 최 감독은 이번 작품 시나리오를 쓰게 된 계기에 대해 “제가 워낙 콩가루 가족 영화를 좋아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처음으로 쓴 장편 시나리오다. 내가 어떤 영화를 좋아하고 담고 싶은지 학생시절 고민하던 중에 가족 영화에 도전하고 싶었다. 제 주변 사람들의 가족 이야기를 보면 속내를 들여다보면 각자의 사연들이 있다. 그런 이야기를 참고해서 가족 이야기를 하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혼 가정에 대해서 여전히 실패한 결혼이라는 부정적인 시각이 있다. 오히려 자기 삶의 오류를 고치려 결심한 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더 행복한 사람으로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에서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영화 제목 ‘애비규환’이 주는 신선함도 특별하다. 최 감독은 제목에 대해 “졸업작품으로 쓰게 된 첫 번째 장편 시나리오다. 아빠들이 나오는 소동극이라는 설정만 있을 때 제목을 정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시나리오 수업을 같이 듣던 친구들끼리 농담처럼 영화 제목을 패러디 해보려고 했다. ‘아비장전’을 ‘애비장전’으로 바꿨다가, ‘아비규환’을 ‘애비규환’으로 바꿔봤다. ‘애비규환’ 보다 좋은 게 떠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번 작품에서 정수정은 임산부로 파격 변신을 시도했다. 임산부 역할을 처음 제안받았을 때 정수정은 한숨부터 나왔다고 떠올렸다. 그는 “너무 큰 도전이기 때문에 망설여졌다. 그러나 대본을 한번에 읽어버린 뒤 하겠다고 할 만큼 대본이 재미있었다”며 “여름 날씨에 임산부 모형의 배를 차고 촬영을 해야 했기에 땀이 많이 찼다. 그것 말고는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토일 캐릭터의 매력에 대해서는 “토일은 당당하고 자기 자신을 믿는다. 딱 요즘 여성을 표현하는 것 같다”며 “공감이 많이 갔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짚었다.
장혜진은 딸 토일의 엄마 선명 역을 맡았다. 토일 못지않게 당당하고 화끈하면서도 냉철함을 잃지 않는 선명은 상냥한 부드러움 속에 뚝심을 지닌 얼굴로 토일의 든든한 지원군이 돼 준다.
정수정과 모녀 호흡을 맞춘 장혜진은 “정수정은 우리 동네 주민”이라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어 “정수정과 연기를 하면서 상당히 진취적이면서도 예의가 바르다는 것에 놀랐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어떡해요’가 아니라 ‘해보죠’라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너무나 예뻐서 계속 뚫어져라 보게 되더라”며 “같은 동네 주민이라서 같이 산책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수정을 향해 “사랑해 수정아”라고 말해 훈훈함을 자아냈다.
최덕문은 말끝마다 사자성어를 붙이는 고지식하지만 따뜻한 토일의 현 아빠 태효로 분했다. 그는 “사자성어는 많이들 안 쓴다. 이렇게 어렵게 할 줄 알았으면 이해영이 맡은 역할을 할 걸 싶었다. 그런데 ‘얼굴만 봐도 살살 녹지?’ 하는 대사가 있는데 나는 그렇지 못해 지금의 역할을 맡았다. 사자성어는 빠르게 주고 받아야 해서 많이 어려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토일의 철없는 친아빠로 변신한 이해영은 처음으로 사투리 연기에 도전했다. 그는 “대본에 충실하려고 했다. 사투리를 한 번도 안 해봐서 걱정이 돼서 고민을 했다. 감독님 고향이 대구다. 현장에서 감독님의 사투리를 많이 봐주고 촬영 들어가기 전에 같이 연습도 해봤다”고 말했다.
강말금은 “미팅 때부터 감독님이 나를 100% 신뢰해주셨다. 반면 나는 그러지 못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촬영 전까지 괴로워하다가 단순하고 예쁘고 착한 호훈(신재휘 분)을 키운 호훈이의 엄마를 제대로 표현 못 할 것 같았는데 호훈이 아빠(남문철 분)와 편하게 찍었다. 이걸 찍고 밝아진 것 같아 좋았다”며 기뻐했다.
신재휘는 “대선배들과 함께해서 현장이 처음에 너무 떨렸다. 무릎을 꿇는 신은 촬영 내내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런 긴장들을 선배들이 완화 시켜주셨다”라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한편 ‘애비규환’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이혜리기자 hye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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