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직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그 자리에서 사의를 반려하고 재신임의 뜻을 전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무회의가 끝나고 홍 부총리가 직접 문 대통령을 찾아가 사의를 표했으나 문 대통령이 이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지난 4월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놓고 당정이 부딪혔을 때도 사의설이 돈 바 있다.
홍 부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대주주 주식 양도세 문제와 관련해 ‘그동안 혼선을 야기해 죄송하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 부총리는 그간 주식 양도세가 부과되는 대주주 기준을 내년부터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며 과세 대상을 넓혀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고위 당정청 협의회에서 여당의 뜻대로 현행 10억원을 유지하기로 결론이 났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2개월간 계속 갑론을박이 있는 상황이 전개된 것에 대해서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싶어서 제가 현행대로 가는 거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제가 오늘 사의 표명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여권과 청와대는 그러나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에 대해 불편해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홍 부총리의 사의 표명이 여당에 밀려 뜻을 굽힌 기획재정부의 항명으로 읽힐 수 있는데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부담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올 연말 서울시장 보궐 선거 등을 염두에 둔 대규모 개각과 맞물려 홍 부총리가 결국 교체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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