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월 보궐선거에 서울·부산시장 후보를 공천하기로 결정한 지 하루 만에 후보군들 간의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당내 여성 의원들은 ‘민주당 책임론’을 비껴가기 위해 ‘여성 후보’를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상황이다. 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낙연 대표가 대선 가도의 교두보로 여겨지는 서울시장 후보로 어떤 후보를 공천할지도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3일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여성 후보를 공천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대다수 분들이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답했다. 서 의원은 “대한민국에서도 여성 정치인들이나 여성 장관들이 잘 해오고 있어 그런 공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양향자 민주당 의원 역시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이런 상황에서 여성 후보가 조금 유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전임 서울·부산시장에 대한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여성 후보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는 우상호·박주민 의원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등이 거론된다. 다만 추 장관은 검찰개혁을 완수하기 전까지 장관직을 내려놓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전 위원장은 취임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출사표를 던지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 안팎에서는 박주민 의원과 박영선 장관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다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장 후보군으로는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민주당 의원, 박인영 전 부산시의장이 유력하게 꼽힌다. 지역 인사로 분류됐던 박 전 의장은 부산시의회 최초의 민주당 의장이자 첫 여성 의장, 최연소 의장이라는 상징성이 부각되면서 부산시장 후보로 급부상하고 있다.
보궐선거 공천을 지휘할 이 대표도 어떤 후보를 내세울지 고심하고 있다. 차기 서울시장은 대통령 선거 유권자의 20%가 몰려 있는데다 각종 정책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선 승리를 위한 교두보로 평가받는다. 이 대표 역시 ‘명분 없는 서울·부산시장 후보 공천 결정’이라는 비판에도 후보를 선출하기로 한 만큼 자신과 호흡이 맞는 후보를 내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서는 재보궐선거를 ‘인물 선거’가 아닌 ‘이슈 선거’로 끌고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현재 도덕성 측면에서는 민주당이 열세인 상황에 놓인 만큼 파격적인 이슈를 제시해 판을 뒤집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0년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무상급식’ 이슈를 제기해 선거 승리를 이끌었던 사례처럼 정책 선거 구도를 형성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당 중앙위원회를 열어 당헌 개정을 의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에 대해 “민주당은 급할 때마다 전당원 투표를 동원해 말을 뒤집었다”며 “법 알기를 하찮은 물건 취급하듯 한다”고 비판했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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