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방송가는 너도나도 오디션 프로그램 론칭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부분이 ‘트로트’ 기반이 아니라면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한동안 유행했던 아이돌 육성 오디션조차 화제성이 미미하다. 방송 콘셉트가 획일화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난 9월 종영한 Mnet·tvN ‘아이랜드(I-LAND)’는 시청률 0%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이랜드’는 국내 최대 규모의 연예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수년간 오디션 프로그램 노하우를 축적한 CJ ENM이 합작, 자본금 200억원을 들여 설립한 빌리프랩에서 진행한 보이그룹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방시혁을 비롯해 가수 비, 지코가 프로듀서로 직접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심지어 방탄소년단, 세븐틴까지 등장하며 힘을 보탰지만 흥행에는 참패했다. 동시 방송한 Mnet에서는 0%대를 벗어나지 못했고, tvN에서는 첫 회 1.3%로 시작했지만 이후 0%대에 머물러야 했다. 이미 대중이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피로감을 느낀 거라고만 보기에는 처참한 결과다.
올해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많은 오디션 프로가 소리 소문 없이 종영을 맞이했다. 7년 만에 돌아온 Mnet·tvN ‘보이스코리아’는 지난 시즌에 비해 현저히 낮은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불명예를 안아야만 했다. tvN은 최초로 뮤지컬 앙상블을 위한 오디션 ‘더블 캐스팅’ 론칭하며 관심을 끌려고 했지만, 뮤지컬 팬들의 반응과는 다르게 일반 대중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다. 트로트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오디션에서 올해 성공을 거둔 건 JTBC ‘팬텀싱어3’가 유일하다.
이렇게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힘을 못 쓰고 있는 반면,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TV조선은 국내 최초 트로트 오디션이라는 타이틀로 지난해 론칭한 ‘미스트롯’에 이어 올해 ‘미스터트롯’으로 종합편성채널(종편) 탄생 이래 최고 성적을 거뒀다. 최근 지상파·종편·케이블을 통틀어 쉽게 보기 힘든, 35.7%라는 대기록을 남기고 신드롬급 인기까지 얻었다. 이후 MBN이 비슷한 콘셉트의 ‘보이스퀸’, ‘트로트퀸’을 연이어 선보였다가 실패했지만 결국 ‘보이스트롯’으로 MBN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의 성공 법칙에 지상파까지 가세했다. SBS ‘트롯신이 떴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트로트 신들이 트로트 세계 무대에 도전하는 콘셉트로 시즌1을 선보였지만, 이후 시즌2에서는 오디션 포맷으로 변경했다. 여기에 MBC와 KBS까지 각각 ‘트로트의 민족’, ‘트롯 전국체전’ 론칭 소식을 전하며 방송 3사가 모두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
트로트가 아니라면 흥행이 쉽지 않아진 오디션 프로그램의 다양성을 기대할 수 있을까. 방송계는 ‘예능 미다스의 손’이라고 불리는 한동철 PD가 FA 시장에 나온 것을 주목하고 있다. 한 PD는 Mnet에서 ‘쇼미더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프로듀서 1010’ 등 굵직한 스테디셀러 예능을 기획·연출한 인물. 2017년 YG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해 아이돌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 ‘믹스나인’도 만들었다. 최근 YG엔터테인먼트와 결별하면서 한PD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국내 서바이벌 오디션 예능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에 그가 또 어떤 센세이션을 일으킬지 기대감이 증폭된 상태다.
아울러 가수 박진영과 싸이가 SBS에서 보이그룹 선발 오디션 ‘LOUD:라우드’를 기획한다고 알려져 주춤해진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회사에 소속된 연습생들 위주로 오디션을 하는 것과 다르게, 전 세계 10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새로운 얼굴을 발견하는 것이 관전 포인트다.
이 밖에도 방송계는 꾸준히 새로운 콘셉트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고 있다. MBN은 지난달 시니어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인 ‘오래 살고 볼일’을 론칭하고, 오디션 명가 Mnet은 오는 20일 포크 오디션 ‘나의 첫 번째 포크스타 : 포커스(Folk Us)’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과연 어떤 프로그램이 신선함을 무기로 트로트 이후의 새 유행을 선도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추승현기자 chus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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