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이 3일(현지시간) 치러지는 가운데 미국 사회는 누가 당선되든 역대 최고령 대통령을 맞게 된다. 이를 두고 대선 레이스에서 적잖은 논란이 불거졌지만 과거에 비해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전반적인 사회 지도층의 평균 연령도 높아진 만큼 고령 대통령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1942년 11월 20일생으로 이달 만 78세가 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46년 6월 14일생으로 만 74세다. 이에 따라 1985년 재선 이후 73세에 취임한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의 기록을 경신하게 되는 셈이다.
미국 사회에서는 고령 대통령 시대를 두고 적잖은 우려를 제기해왔다. 바이든 후보는 대선 레이스에서 고령을 이유로 여러 차례 공세를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바이든 후보의 인지기능이 퇴행했다며 치매까지도 공공연히 언급했다. 말을 더듬거나 착각해 말실수가 잦다는 게 이유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은 정신적으로 끝났다”고 주장했고 트위터에서 요양원행을 운운하며 조롱하기도 했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선으로 처음 취임했을 당시에도 만 70세로 레이건의 초선 기준 최고령 기록을 깬 바 있다.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면서 고령 문제가 더욱 부각됐었다. CNN방송은 “코로나19 양성판정은 지난 수십년간 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건강 위협 중 가장 심각한 것”이라며 “올해 74세이고 비만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합병증을 앓을 수 있는 ‘최고위험군’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이전에도 미국에서 고령 대통령의 건강이 문제가 된 적은 종종 있었다. 9대 대통령이었던 윌리엄 해리슨은 폐렴 진단을 받은 뒤 취임 한 달 만에 사망했다. 당시 나이는 68세였다. 12대 대통령 재커리 테일러는 급성 위장염으로 65세에 숨졌고, 29대 대통령 워런 하딩은 심장마비로 57세에 눈을 감았다. 레이건 대통령은 임기를 마친 뒤 5년 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지미 카터(96) 전 미국 대통령은 애틀랜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대통령 연령 상한제를 주장하기도 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내가 80세라면 지금보다 15세 젊은 것인데 내가 대통령을 할 때 겪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를 의식한 듯 두 후보는 모두 부통령 후보로 자신보다 10살 이상 어린 정치인을 내세웠다. 바이든 후보는 56살의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트럼프 대통령은 61세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자신의 러닝메이트로 삼았다.
최근에는 고령에도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DC와 뉴욕에서 남성의 기대수명은 1990년부터 2015년까지 13.7년 늘어났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17년 75세 이상 미국인 중 4분의 3 가까이는 건강 상태가 훌륭하다고 답했다. 1991년에는 3분의 2만이 이같이 답한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다. 아울러 하버드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75세 이상 노인이 여생 동안 치매에 걸릴 확률은 1995년 25%에서 최근 18%로 낮아졌다.
2005년에 비해 신규 최고경영자(CEO)의 연령은 20% 높아졌고, 현직 CEO 중 40%는 60세가 넘었다. 미국 의회에서 하원의원 중 36명, 상원의원 중 14명은 75세를 넘어섰다. 상원의원 중 7명은 80세 이상이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78세, 미국 권력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80세다. 잭 골드스톤 미국 조지메이슨대 공공정책과 교수는 “한 세대 전만 해도 70세는 퇴직 연령을 넘어선 고령이었지만, 최근에는 더는 아니”라면서 “미국인, 특히 대졸 이상 백인은 더 오래,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적으로 산다”고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전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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