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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코로나로 지친 마음 책으로 힐링해요."

"단편소설 매력 느끼면 삶이 더 풍요로워져요."

"재미있는 소설이 때로는 철학이 되기도 하죠."

독서전문가 서미경 한국독서로연구소대표

유아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지역 계층 만나

완독 보다는 읽은 내용 이야기하기 더 중요

책 읽고 의미공유 토론하면서 코로나19도 극복





“독서로 얻은 간접 경험은 삶의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가는 나침반이자 지도이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길을 찾아 독서를 직업으로 삼게된 서미경(사진) 한국독서로연구소 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나 “책 읽기가 때로는 삶의 나침반이 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 대표는 지자체, 도서관, 교육청 등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독서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독서문화 확산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독서 전문가다. 평범한 삶을 살던 그가 독서를 평생의 직업으로 선택한 데는 사연이 있었다. 20여년 전 겪었던 교통사고가 삶을 바꿔놓은 것. 서 대표는 “멀쩡한 곳이 왼쪽 팔 밖에 없을 정도로 큰 사고였다. 통증이 뒤덮은 몸으로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있으니 끊임없는 잡념이 머리에 가득했고, 병실은 온갖 인간 군상의 민낯을 만나게 되는 시장통과 다르지 않았다”면서 “현실에서 잠시 벗어 날 수 있는 방법은 책으로 얼굴을 가리는 것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때 그가 집어든 책은 해리포터. 서 대표는 “병실에서 찾은 유일한 책”이라면서 “그때 읽은 해리포터는 단순한 판타지 성장소설이 아니라 삶의 본질이자 철학 그 자체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리포터가 마법을 하나씩 터득하는 순간은 죽음과 직면할 때”라면서 “극한의 고통 혹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면 삶을 다르게 볼 수 있는 힘을 갖게 된다는 메시지로 다가왔다”고 덧붙였다. 해리포터가 재미와 흥미에 머물지 않고그의 삶에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7개월여에 걸친 입원치료를 마치고 그는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섰다. 남편의 직장일로 사천에 머물고 있던 터라 사천지역의 어린이전문서점을 찾아가 독서모임에 참가했다. 독서모임에서 얻은 에너지는 그를 독서 전문가로 이끄는 동력이 되었고, 가톨릭대 대학원에서 독서교육학 박사과정에서 현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20여년간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전국을 다니며 아동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을 만나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서 대표는 지난 2019년 독서문화확산에 기여한 공을 인정 받아 제 25회 독서문화상 장관상, 서울시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코로나 19의 팬데믹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서 대표는 올해 온라인으로 강의는 물론 독서 토론으로 확장해 나가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독서문화를 계속 확산해 나가고 있다. 그는 “최근 집에 있는 아이들이 걱정된다는 부모들의 하소연을 자주 듣는다. 아이들에게 어떻게 책을 읽혀야 하는지 궁금하다 등 질문이 쏟아진다”면서 “무작정 완독시키려고 애쓰지 말고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이들에게 책을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고 강제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책을 읽지 않고 눈만 고정하고 딴 생각을 하기 쉽다”면서 “부모와 함께 읽은 대목까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더 중요하다. 아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긍정적인 독서경험을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성인을 위한 독서 팁도 제시했다. 단편 읽기를 가장 어려워하는 독자들을 위한 그의 팁이다.

“단편은 장편과 달리 작가의 사고를 글 속에 여러 장치로 숨겨놓고 압축하면서 독자에게 생각의 여지를 더욱 넓혀놓았어요. 그런데 우리는 누군가가 정해놓은 것을 정답으로 생각하고 그것을 스스로 파악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어렵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사실 단편읽기는 압축된 파일을 풀어내는 것처럼 내 머리 속에 추상과 은유를 일상의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죠. 그래서 읽고 느끼는 점은 각자 다를 수 밖에 없고, 서로 다른 생각을 공유하면 되는데 말이죠. 사람들이 단편을 읽고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기보다 정답의 눈치를 보더군요. 단편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단편을 읽는 노하우를 터득하면 더 짧은 시(詩)도 즐기게 된답니다. 짧은 몇 마디 단어에 함축되어있는 의미를 찾아내는 그 매력을 알게 된다면 장편소설과는 다른 즐거움과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된답니다.”

학원 등 독서가 돈벌이의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그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서 대표는 “강의를 듣고 책 읽기가 즐거워졌다. 어떻게 읽을지 알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독서의 매력을 전하고 그들이 책에서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 일을 하는 이유”라며 활짝 웃었다./사진·글=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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