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같은 질문을 해야지”
“질문 같은 거라뇨!”
4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회의 청와대 국정감사장에서 여야 의원의 고성이 터져 나왔다. 더불어민주당이 당헌을 개정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야당 의원이 청와대의 입장을 물으면서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대통령은 정당 내부의 활동과 결정, 특히 선거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여당은 ‘민주당의 당헌 논란을 엉뚱하게 청와대에 묻는다’며 날을 세웠고, 야당은 ‘문 대통령이 선택적 침묵을 한다’고 강력 반발했다.
김정재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전 운영위 국감에서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민주당이 2015년 선출직 공직자가 중대한 잘못을 했을 경우 직위를 상실하고 재·보궐 선거를 할 경우 무공천으로 실시하겠다는 혁신안을 발표했다. 그토록 자랑했던 혁신안이 이번에 이낙연 신임 당 대표에 의해서 하루 아침에 폐기됐다”며 “민주당이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는 것이 맞는가”라고 입장을 물었다.
노 실장이 답변을 준비하던 사이에 여당 의원을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민주당을 국정감사 하는 것인지. 청와대를 국정감사 하는 것이냐”며 소란은 한동안 계속됐다.
잠시 후 노 실장은 “대통령은 정당 내부의 활동과 결정에 대해, 특히 선거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어 김 의원은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 자체가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 피해자에 대한 명백한 2차 가해”라며 “민주당 공천이 박원순, 오거돈 전 시장 피해자에게 2차가해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재차 청와대의 입장을 물었다. 노 실장은 “여야 간 정쟁화된 부분에 대해서는 가급적이면 저희들은 입장을 밝히지 않으려고 한다”고 답변을 피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청와대는 늘 선택적 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의지만 있으면 못할 말이 없다”며 “많은 사람들이 국민들에게 실망을 주고 2차가해를 가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비판했다.
이에 문정복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야당 의원님들께서 국정감사장에서 대통령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하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문 의원은 김정재 의원을 향해 “대통령에 대해서 선택적 침묵 이런 얘기를 해도 되나?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인가?”라며 “대통령을 욕보이고 이렇게 이야기하는게 국회의원으로서 맞는 이야기인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일 당헌을 개정해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권리당원(80만3,959명) 중 21만1,804명(26.35%)이 투표에 참여, 86.64%가 찬성한 결과다.
성폭력 사태에 휩싸인 민주당 소속 단체장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으로 인해 재·보궐 선거가 열려 본래 당헌대로라면 민주당은 후보를 공천할 수 없었다.
민주당이 당헌을 뒤집고 후보를 내기로 하자 야당에서는 비난이 쏟아졌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이었던 지난 2015년, 당 혁신 차원에서 공표했던 ‘무공천 원칙’이 폐기됐다며 몰아세웠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문 대통령을 향해 “민주당의 1번 당원이자 당을 이끌고 당헌을 만드셨던 분”이라며 “‘당헌을 지켜야 한다’거나 ‘못 지킬 당헌을 만들어 죄송하다’는 말씀이 있어야 하는 것이 도리”라고 말했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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