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은 레즈비언 연극 연출가인 ‘엠마’를 중심으로 1800년대 후반부터 150여 년의 시공간 속에서 혈연 또는 친분으로 이어져 온 흑인 영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기득권 계층인 백인, 영국인, 남성에 의해 좌절하거나 억압당한 삶, 온갖 폭력에 짓눌리고 비틀린 12명의 여성의 삶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책은 10대에서 90대에 이르는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삶이 서로 다른 환경과 배경 속에서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작가는 등장인물들의 비극을 거듭 조망하면서도 결코 미래를 향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12명의 여성들은 온갖 좌절을 딛고 일어서 고통보다 더 큰 기쁨을 찾아 나서며, 저마다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해나간다. 단순히 흑인 혹은 여성을 대변하는 작품이라고 규정짓거나 선동적인 페미니즘 소설로 치부하기에는 지극히 보편적이면서도 강렬하다. 지난해 세계 3대 문학상인 부커상 수상작품으로 영국에서 지난 한 해동안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중 하나다. 작가 역시 소설 속 등장인물들처럼 동시대를 살아가는 흑인 여성이다. 1만7,800원.
/최성욱기자 secret@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