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의 부동산 투기수요를 잠재우기 위해 경기도가 하고 있는 외국인과 법인 대상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을 서울· 인천 등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외국인과 법인이 이미 토지·주택시장의 큰손이 돼 부동산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토지거래허가제란 투기 목적의 토지거래가 성행하거나 지가가 급격하게 상승하는 지역을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 지역 안에서 토지거래계약을 할 경우 허가권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다. 현행 제도는 시·도지사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1∼8월까지 외국인과 법인의 건축물(토지포함)거래는 경기·서울·인천지역에서 8만2,162건(월평균1만270건 거래)이다. 이 기간 외국인은 1만1,193건으로 경기 6,131건, 서울 3,200건, 인천지역 1,862건 순으로 나타났다. 월평균 1,400여건이 거래된 셈이다.
또 법인은 7만969건으로 경기 3만6,291건, 서울 2,992건, 인천 1,342건으로 조사됐다. 법인의 경우 월평균 8,871건의 거래가 이뤄진 것이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들의 국내 아파트 취득 건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 5월까지 2만3,219명의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 2만3,167채를 취득했다. 올해 거래 건수와 거래금액이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다. 올 들어 5월까지 외국인이 국내 아파트를 3,514건(거래금액 총 1조2,539억원)을 취득해 전년 동기 2,768건(8,407억원)보다 건수 26.9%(746건), 금액 49.1%(4,132억원)증가했다. 연도별 건수도 2017년 5,308건, 2018년 6,974건, 2019년 7,371건 등으로 매년 늘어나고 있다. 국가별로는 중국인 1만3,573건, 미국인 4,28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캐나다·대만·호주·일본 순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아파트 취득을 보면 서울이 4,473건(거래금액 3조2,725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경기도 1만93건(거래금액 2조7,483억원), 인천시 2,674건(거래금액 6,254억원)으로 수도권이 대부분이다. 2채 이상 아파트를 소유한 외국인이 1,036명이고, 외국인 소유주가 아파트에 실거주하지 않은 경우도 32.7%(7,569건)에 달했다. 이는 일반적으로 투기적 수요로 의심될 수밖에 없다.
이에 경기도는 외국인과 법인의 도내 토지(주택) 투기수요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도는 지난달 31일부터 내년 4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 도민의 주거안정과 실수요자 중심의 공정한 거래 질서확립을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지정 운영에 나섰다.
도는 기간 만료 시 여건에 따라 연장을 검토할 예정이다. 대상 지역은 수원·성남·용인·고양 등 23개 시 전역 5,249.11㎢에 해당한다. 외국인이나 법인 토지거래허가 구역 지정은 주택이 포함되는 토지 취득거래에 한정된다. 도는 연천·포천·동두천·가평·양평·여주·이천·안성 등 8개 시군을 제외했다. 이 지역은 외국인과 법인 부동산 거래량이 적고, 접경 농산어촌지역으로 투기 우려가 적기 때문에 제외됐다.
토지거래 허가구역 내에서 외국인과 법인이 주택이 포함된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에는 관할 시장·군수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투기목적이 아닌 정당한 실수요 거래는 절차로 토지거래는 가능하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계약체결 당시 개별공시지가의 30%에 해당하는 금액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게 된다.
도는 이번 조치로 실수요자에게만 취득이 허용되고,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할 의무가 발생하는 토지허가제 특성상 해당 시군 내에서는 외국인과 법인의 투기 수요 차단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도는 토지거래허가제 시행에 앞서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도민 10명 가운데 6명이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시행에 ‘찬성’한다는 견해를 보였다. 이 제도 시행에 ‘반대’한다는 견해는 35%에 그쳤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9월 3일 페이스북을 통해 “경기도 전 지역에 전면적 허가제 도입을 검토했으나 전국적 또는 수도권 전체에 시행하지 않는한 풍선효과로 실효성이 떨어지고 과도한 행정업무 부담이 예상되어 투기 우려가 없는 일부 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 외국인과 법인에 대해서만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과 법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구역 지정 규제는 수도권 공동추진 시에 규제 정책이 더 실효성으로 작동되어 부동산 안정화에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경기도처럼 토지거래허가제(취득 허가제)를 서울과 인천에서도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도는 외국인과 법인 대상 토지거래 허가제의 실효성 확보를 서울, 인천에도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서울은 강남구삼성동, 청담동, 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등 4개 동에 일부 현재 시행 중이지만 이를 시 전역으로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경기도 관계자는 “부동산 등 토지거래허가제 같은 정책은 수도권이 공동시행해야 혼선방지와 행정기관간의 업무부담을 줄이고, 특성지역의 규제에 따른 인근 지역의 풍선효과 방지로 특정지역에 수요가 몰리는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동시행에 따른 수도권 내에서 투기목적의 거래 차단과 막대한 자금력의 외국인과 법인의 부동산 큰손들이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을 사전 예방하여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에 기여할수 있는 규제 추진 방향은 공동 추진이 최선책”이라고 강조했다. /윤종열기자 yjyu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