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일어날 수 있는 파국적인 기상이변이 올여름 한국에서도 현실이 됐다. 북극 기온이 치솟고 동시베리아에서 정체된 온난 고기압이 발생하는 블로킹 현상이 생겨난 결과는 이상저온과 역대 최장기간의 장마,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강타한 호우 피해였다. 이 같은 기후변화 앞에서 한 개인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다. 재앙의 원인은 국가적, 사회적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며, 개인은 이에 무력하다는 것이다. 당장 국제사회가 모두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급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킨 10대 소녀 그레타 툰베리에 대해서도 쇼맨십일 뿐이라는 시선이 있다.
‘우리가 날씨다’는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왜 행동하지 못하는가를 차분하게 되짚어본다. 베스트셀러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두 번째 환경 에세이로, 2020년 지속 가능한 문학을 위한 녹색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첫 환경 에세이인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로 육식에 대한 통찰을 보인 바 있다.
저자는 ‘우리가 날씨다’라는 제목이 보여주듯이 우리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체인 동시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주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전 지구적인 ‘진짜’ 위기는 ‘고정된 무관심 편향’이며 특히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파도타기’처럼 동시에 일어나는 연쇄반응이라고 말한다. 사회 변화는 누구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해낸 일이었다며, 각각의 개인들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집요하리만치 목소리를 높인다. 특히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일을 알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한다. 저자는 미국인들이 기후변화를 ‘값비싼 거짓말’이라고 비난하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분노하지만 이는 번지수가 틀렸다고 지적한다. 행동하지 않는 내가 내 자식을 더 크게 위험에 빠뜨린다고 그는 강조한다.
저자는 이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를 자극한다. 책의 두 번째 장에서는 지구의 상황이 얼마나 나빠졌는지 객관적 수치를 들어 일목요연하게 설명한다. 네 번째 장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는 당위를 인식하고 있는 영혼과 알면서도 행동하지 못하는 실제 인간 사이의 가상 대화를 통해 설득의 과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장에서 실제 인간은 환경운동이 저소득층, 저개발국을 고려하지 않는 엘리트주의에 빠졌다는 주장을 펴며 반론하는데, 이 부분에 공감하는 독자들도 있을 법하다.
저자는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책 곳곳에서 본인의 할머니를 언급한다. 그의 할머니는 스물두 살에 나치를 피해 부모님과 형제, 친구를 두고 폴란드의 고향 마을을 떠났다. 남은 가족들은 몰살당했고, 할머니만 살아남았다. 기후변화 국면에서 폴란드에 남은 가족이 될지, 할머니가 될지는 각자의 선택에 달렸다고 얘기하는 듯하다. 1만6,000원.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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