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등장한 계몽사상은 합리적 사고와 이성을 중시하고 과학기술과 산업의 발전을 가져왔으나 시간이 흘러 획일적이고 독단적인 성격을 띠게 된다. 지난 1960년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개성·다양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이 등장했다. 니체와 그 영향을 받은 철학자들은 서구의 합리주의를 비판하며 하나의 논리가 성립하기 위해 다른 논리를 어떻게 억압했는지를 지적했다. 포스트모더니즘은 이성이 감성을, 백인이 유색인종을, 서양이 동양을, 도시가 농촌을, 남성이 여성을 억압하려는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고 이들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했으며 사회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억압받고 배제됐던 가치들을 복원하고자 했다.
협동조합의 기원은 1844년 영국 랭커셔주에서 설립된 로치데일 협동조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산업혁명으로 오히려 노동자들의 삶은 가난하고 비참해져 갔다. 이러한 환경에서 노동자들은 상호 협력을 통해 빈곤한 삶을 스스로 극복하고자 협동조합을 결성했다. 조합원 1인이 1표의 의결권만 행사하는 민주적 운영, 정직한 상품공급, 정치·종교적 중립 원칙 등을 토대로 로치데일 협동조합은 큰 성공을 거둔다.
로치데일의 운영원칙은 오늘날에도 농업협동조합 등 다양한 협동조합의 운영원칙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다. 협동조합은 ‘1인 1표 의결권을 바탕으로 한 공동소유와 민주적 관리를 통해 공동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 필요를 실현하고자 하는 자율적이고 자발적인 조직’으로 정의된다. 한마디로 사람 중심의 기업모델로 봐도 무방하다. 협동조합은 의사결정 시 조합원 1인이 1표를 행사하므로 지분율에 따라 의사결정을 하는 주식회사와는 달리 조합원 모두의 다양한 의견과 특수성이 반영된다. 주식회사가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설립되는 반면 협동조합은 구성원들의 다양한 필요에 의해 설립된다.
포스트모더니즘 관점에서 보자면 협동조합은 자본주의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주식회사의 대안 모델로서 우리나라 경제구조에 다양성을 더해줄 수 있다는 데서 그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주식회사와는 차별화되는 설립목적과 운영방식 등으로 인해 양극화, 고용불안, 대기업 독점과 같은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완화하고 서민·중소기업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등 상생·풀뿌리 경제의 방안으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협동조합인 농업협동조합, 즉 농협은 농업인이 중심이 되는 자주적 협동조직으로서 농업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됐다.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자회사인 농협은행은 여전히 100% 국내자본 은행으로서 수익을 우리나라 농촌과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등 상생의 가치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앞으로도 필자와 농협 임직원은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농업인·국민의 삶의 질을 높여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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