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코스닥 기업 해덕파워웨이가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배경에는 옵티머스자산운용과의 금전거래·인적관계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코스닥시장위는 옵티머스가 해덕파워웨이 이사회를 장악하고 자금을 쌈짓돈처럼 빼낸 정황을 포착했다. 해덕파워웨이는 상장폐지 결정에 이의신청을 했고, 경영개선기간 1년을 부여받아 다음달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해덕파워웨이 소액주주 1만1,369명은 지난 2018년 11월 이후 2년째 주식거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의 주식자산은 거래정지 종가인 1,100원을 기준으로 681억원에 달한다.
5일 서울경제가 국회에서 입수한 코스닥시장 기업심사위원회 심의·의결 자료를 보면 해덕파워웨이는 옵티머스와 관련한 거래, 인물로 재무건전성·지배구조·내부통제 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코스닥시장위는 이를 바탕으로 해덕파워웨이를 상장폐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해덕파워웨이는 2018년 11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고 지난해 3월 개선기간 6개월을 부여받은 상태였다.
위원회는 해덕파워웨이와 자회사 세보테크가 옵티머스에 회삿돈을 재투자한 것이 재무건전성 면에서 문제라고 봤다. 해덕파워웨이는 지난해 1월 개선계획서를 제출할 당시 옵티머스에 200억원을 투자한 상태였다. 해덕파워웨이는 지난해 3월19일 이 자금을 회수했는데 지난해 4월30일과 5월13일 각각 150억원을 재투자했다가 6월20일 회수하는 등 옵티머스와 수시로 거래했다.
해덕파워웨이의 자회사 세보테크는 개선계획서 제출 당시 앞서 옵티머스에 투자한 40억원을 전액 회수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해 4월11일 30억원을 재투자했다가 6월28일 환매하더니 7월1일 40억원을 다시 투자하고 7월26일과 9월23일에 각각 10억원, 20억원을 회수했다. 위원회 측은 “회수한 투자금이 다시 같은 곳에 재투자되는 등 개선계획 이행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옵티머스가 걸림돌이 됐다. 위원회는 해덕파워웨이 대주주인 화성산업이 옵티머스 자금을 받아 해덕파워웨이를 인수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화성산업은 지난해 초 해덕파워웨이 인수 직전 셉틸리언에서 200억원을 유상증자받았다. 셉틸리언은 이에 앞서 트러스트올에서 250억원을 조달했다.
위원회는 셉틸리언과 트러스트올은 옵티머스와 인적관계로 엮인 것으로 파악했다. 옵티머스가 해덕파워웨이 인수자금을 지원하면서 자기 측 사람들을 주요 자리에 앉혔다는 점도 위원회에 포착됐다. 위원회는 “화성산업의 감사 윤석호,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 이진아, 셉틸리언 대표 윤모씨, 옵티머스 대표 김재현, 트러스트올 대표 이동열은 다수의 법인에서 함께 임원으로 등기돼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실상 이들은 경제적 공동체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또 “화성산업 감사인 윤석호가 심사회사 경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배구조의 심각한 훼손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지적은 최근 옵티머스 펀드 사기 사태 이후 사실로 드러났다. 셉틸리언과 트러스트올은 김 대표의 ‘저수지’ 법인으로 지목되는 회사다. 셉틸리언의 대표 윤씨는 김 대표의 부인이고 해덕파워웨이 사외이사인 이진아 전 청와대 행정관은 윤석호 변호사의 부인이다. 셉틸리언 지분은 윤씨와 이 전 행정관 두 사람이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 위원회는 “개선계획서 이행 내역과 더불어 영업 지속성, 재무건전성, 경영 투명성을 고려한 결과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결론 내렸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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