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불길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가 결국 현실화됐다. 대선 다음 날인 4일(현지시간) 미국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선거의 당선인이 취임할 때까지 코로나19 방역에 공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아직 최악의 상황은 오지도 않았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5일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는 미국에서 전날 하루에만 10만8,389명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 10만1,541명을 기록한 지난달 30일 이후 단 5일 만에 또 최악의 피해가 보고된 것이다. 로이터통신 역시 자체 집계 결과 전날 최소 10만2,591명의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피해는 미국 전역에서 나타났다. 특히 콜로라도와 아이다호·인디애나·메인·미시간·미네소타·로드아일랜드·워싱턴·위스콘신 등 9개 주(州)는 지역 내 신규 확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국을 휩쓰는 바이러스의 맹위에 하루 신규 입원 건수도 3개월 만에 5만명을 넘어섰다. 로이터통신은 명확한 상관관계는 입증되지 않지만 사람들이 한데 모일 수밖에 없는 대선이 바이러스 확산세를 부추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대선이 끝난 지금부터다. 누가 최종 승자가 되든 공식 취임까지 남은 3개월간 코로나19 방역에 공백기가 생길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최종 당선 전까지 주도적으로 정책을 펼 수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경시하고 경제 활동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온 그의 특성상 추가적인 방역 정책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울러 백신 개발 및 보급이 느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재선에 실패한다면 백신 개발에 더는 힘을 실어주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현재 각 주 정부는 연방 의회에 백신이 개발되자마자 주민 수천만명에게 백신을 배포할 수 있는데 필요한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자금 지원을 요청한 상태이지만 의회와 백악관은 이에 대한 대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 및 정책 센터의 마이클 오스터홈은 제46대 미국 대통령선거 취임식까지 남은 3개월이 코로나19 정국에 “블랙홀”과 같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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