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의 네바다는 대선에서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는 주 가운데 하나다. 선거인단이 6명에 불과한데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기 때문이다. 올해 선거에서도 주요 경합주나 격전지로 꼽히지 않았다.
그런 네바다가 올해 대선의 승부를 가를 핵심주가 됐다. 조 바이든 후보가 네바다만 가져가면 백악관으로 가는 열쇠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4일 오전1시 현재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53명이다. 여기에 폭스뉴스와 AP통신이 일찌감치 민주당의 승리를 선언한 애리조나(11명)를 더하면 바이든 측 선거인단은 264명이다. 대통령 당선에 필요한 매직넘버는 270명으로 바이든 후보는 네바다의 선거인단 수만큼인 6명이 부족하다.
86% 개표 기준으로 바이든 후보는 네바다에서 49.3%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48.7%)을 0.6%포인트(7,647표) 앞서고 있다.
개표가 남은 표는 선거 당일 접수한 우편투표와 오는 10일까지 접수할 우편투표 등이다. 네바다는 라스베이거스 주변 지역 유권자가 가장 많은데 이들은 민주당 지지자가 많다. 지금대로라면 바이든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네바다주는 일시적으로 개표 결과 공지를 중단한 상태인데 동부시간 기준 5일 정오(한국시각 6일 오전2시)에 추가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를 고려하면 바이든 후보가 다른 주의 결과와 관계없이 이르면 금명간 네바다에서 승리를 확정 지을 수도 있다.
바이든 후보는 네바다에서 지더라도 선택지가 남아 있다. 현재 최종 승자가 가려지지 않은 주요 주는 네바다를 비롯해 조지아(16명)와 노스캐롤라이나(15명), 펜실베이니아(20명) 등 4개다.
우선 조지아에서는 98% 개표가 이뤄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49.6%로 바이든 후보를 0.5%포인트 앞서고 있다. 표 차이는 2만3,000여표다. 조지아는 5일 오전에는 추가 개표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세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뒷심을 발휘하고 있어 역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바이든 후보는 조기에 승리를 확정 지을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는 95% 개표 기준 트럼프 대통령이 50.1%로 48.7%인 바이든 후보를 누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최대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는 개표가 89%까지 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50.7%로 바이든 후보(48.1%)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의 경우 민주당 지지층의 우편투표가 공화당보다 105만표가량 많아 개표가 진행될수록 바이든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히 올라간다. 이 때문에 NYT는 바이든 후보가 펜실베이니아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승리가 유력한 노스캐롤라이나를 제외하면 바이든은 네바다와 조지아·펜실베이니아 중 어느 한 곳만 이겨도 백악관의 주인이 된다. 다만 펜실베이니아는 6일, 노스캐롤라이나는 12일까지 도착하는 우편투표를 인정해주기로 해 최종 집계는 일주일가량 더 걸릴 수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카드가 적다. 알래스카(3명)는 기본적으로 차지한다고 보고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 그리고 네바다까지 모두 석권해야 승리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법적 다툼을 계속 진행하면 당선인을 최종 확정하는 데까지 수 주가 더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비공개 지지자 행사에서 소송을 하더라도 결과를 바꾸지는 못할 것이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생각보다 빨리 상황이 정리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미국은 관례적으로 패자의 패배 선언에 이은 승자의 승리 연설로 선거를 마무리해왔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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