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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에세이] 잘가요 '멋쟁이 희극인' 박지선, 오래 오래 기억할게요





포털사이트에서 박지선을 검색하면 이제 사망일시가 나온다. 며칠이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나지 않는다. 환한 조명 아래 밝은 모습만 보여줬던 그의 뒤로 길게 늘어진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유족과 동료뿐만 아니라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슬퍼하고 또 슬퍼하고 있다.

박지선이 떠났다. 5일 오전 9시 발인식을 마친 그는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던 KBS 연구동을 들렀다가 장지로 출발했다. 동고동락했던 동료들과 치열했던 열정을 여의도에 남겨둔 채 이제 온전히 쉴 수 있는 곳으로 향한다.

지난 2일 갑작스런 비보에 많은 이들이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안영미는 라디오 진행 도중 소식을 듣고 오열하며 더 이상 마이크 앞에 나서지 못했다. 안영미와 김신영은 이후 라디오 진행까지 쉬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많은 동료들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장례식장을 찾아 엄마를 끌어안고 살며시 미소짓는 그의 사진을 보고는 오열했다.

온라인에서는 그를 아는 사람들이 저마다의 기억과 추억을 쏟아냈다. 수백 수천개의 커뮤니티 게시물 중 그에 대한 비판이나 뒷담화는 없었다. 모든 이들이 안타까워했고, 슬퍼했다. 그리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듯 격한 글을 토해내는 이도 있었다.

한 학생은 8년 전부터 그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올려 보는 이들을 눈물짓게 만들기도 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학업을 포기하려던 그를 국어 선생님과 그의 절친이던 박지선이 일으켜 세워줬다며 “은혜는 어떻게 갚아야할지는 모르겠지만 그 방법을 찾아 나서겠다. 그 은혜가 하늘까지 닿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진=자이언트펭 인스타그램


벌써 10년은 더 흐른 옛날 개그와 트위터에 종종 남기던 웃긴 토막글도 새삼 화제로 떠올랐다. 불편하지 않은 개그, 세심하게 계산된 개그는 지금 봐도 낡지 않았다. 대부분 가족들의 에피소드를 과장하거나, 자신의 외모를 빗댄 이야기였다. 요즘 세상에 뭐든 비하하면 불편한 사람들이 많지만 그의 이야기방식은 많이 달랐다. 문체는 간결했고 그냥 재미있었다.

“오늘 날씨가 좋다. 엄마가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갔다 오라며 음식물 쓰레기를 건네줬다. 엄마 사랑해요”

“입 안이 헐었다고 엄마한테 말씀드렸는데 밥상에 김치찌개가 올라왔다”



“울 아부지 방귀소리는 ‘박!’한다. 명절때 무리하셨는지 방금 9콤보를 들었다. 박!박!박!박! 박박박! 박!박! 축제가 시작됐다”

“울 오빠는 박지선 닮았다는 소리가 듣기 싫어 거금을 들여 라미네이트 시술을 했고, 이제는 교정한 박지선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축하한다”

토니안의 열혈 팬으로 소문난 박지선이 MBC ‘무한도전’ 토토가 H.O.T 특집 당시 공연장에 등장했던 이야기도 다시 회자됐다. 당시 ‘초대권은 없다’는 제작진의 말을 증명하듯 입장티켓을 구하지 못한 그는 공연장 앞에서 다른 팬들과 신나게 오빠들 이야기만 하고 돌아갔다. 이 모습은 일부 팬의 사진에 담겨 지금까지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떠돌고 있다.

발인을 마치고 남은 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있다. 오열하는 모습으로 많은 이들을 걱정시켰던 안영미는 본래 모습으로 라디오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는 “차가운 얼음장같은 손도 누군가 잡아주면 따뜻해질 것”이라며 슬퍼하는 이들의 마음에 먼저 손을 내밀었다.

“외롭게 쓸쓸히 떠나지 말고, 우리 모두의 사랑을 가슴 한가득 채워서 가길 바란다”는 김지민의 추모 메시지가 그를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의 한결같은 마음이라고 믿는다.

‘멋쟁이 희극인’으로 기억될 故 박지선은 이날 인천가족공원에서 영원한 안식을 취한다.

사진=tvN


/최상진기자 csj84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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