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역에서 뽑힌 대통령 선거인단이 오는 12월14일(12월의 두번째 수요일이 지난 뒤의 첫 월요일) 각주의 주도에 모여 대통령을 뽑는다. 선거인단이 어느 후보를 찍을지 이미 다 정해져 있고 선거인은 자신을 선임한 대선후보에게만 투표하겠다는 신의성실 원칙 준수 서약을 하므로 선거인단의 선거는 형식상의 절차를 갖추기 위한 것 외에는 의미가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 간 소송전으로 다음달 14일까지 선거인단을 꾸리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소송 대상 주의 최종 승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이때까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원이 이날 전까지 각 주의 승자가 누구인지 판결한다고 해도 복잡한 문제가 남는다. 주지사의 소속 당과 주 의회 다수당이 다를 경우 법원의 판단과는 다르게 선거인단 명부가 연방의회에 제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특정 주에서 바이든 후보가 승리했을 경우 이 주의 주지사가 민주당 소속이라면 투표결과를 반영해 바이든 후보 측 선거인단 명부를 제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주 의회를 공화당이 장악했다면 주 의회가 선거 절차상 이의를 제기하며 트럼프 대통령 측 선거인단 명부를 연방의회에 제출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유권자 의사와 주 의회의 의사가 따로 노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위스콘신주와 미시간주의 경우 주 의회는 공화당이 다수당이고 주지사는 민주당 소속이다.
만약 선거인단이 제때 구성될 경우 이들 538명이 던진 표는 상원의장 역할을 맡는 마이크 펜스 부통령에게 전달되고 117대 의회 출범 사흘 뒤인 내년 1일6일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정식으로 개표되며 이 자리에서 당선자를 최종 공표한다.
만약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는다면 50개 주별로 1명의 하원의원이 대표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대통령을 뽑게 된다. 주별로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면 공화당이 1표를, 민주당이 다수당이면 민주당이 1표를 행사한다. 때문에 이번 하원 선거에서 어떤 당이 더 많은 주에서 다수당인지가 대권 향배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하원에서도 양당의 표가 25대25로 동수로 나오면 어떤 당이든 과반인 26표가 나올 때까지 하원은 투표를 반복한다. 투표를 반복하다가 법정 대통령 취임일인 내년 1월20일을 넘기면 하원의장이 대통령직 대행을 맡게 된다.
규정상 미국에서 대선 승자가 누구인지를 1차로 판단하는 권한은 미 연방조달청(GSA) 청장에게 있다. 지난 1963년 제정된 대통령직 인수법에 따라 GSA 청장은 ‘명백한 승자’가 누구인지를 판단해 통보하고 당선자 취임 준비를 도울 인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선거 직후 깨끗하게 승자가 가려지지 않아 GSA 청장도 각종 소송 등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2000년 재선에서 플로리다주 재검표 논란과 각종 소송이 벌어지자 GSA 청장은 조지 W 부시 공화당 후보, 앨 고어 민주당 후보 중 한 명에게 정권 인수 권한을 넘겨주지 않았다.
당시 GSA 청장은 그해 12월14일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주 재검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자 비로소 부시 측에 정권 인수 권한을 내줬다.
/맹준호기자 nex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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