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듣기만 해도 좋은 말이다. 사랑은 인간의 본질이자 닿고자 하는 열정이며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다. 사람들은 이미 사랑을 가지고 있지만, 그 사실을 모른 채 늘 찾아다닌다. 왜 그럴까.
철학자 윤은주 박사는 ‘다락방에 숨겨진 삶의 보물들’이라는 제목의 강좌 첫 번 시간의 주제로 ‘사랑(Love)’을 골랐다. 그는 고전 ‘향연(Symposion)’으로 사랑의 의미를 풀어나간다. 향연은 기원전 5세기 비극 경연에서 아가톤이 우승한 후 열린 자축연에서 오간 이야기를 담은 철학서다. 윤 박사는 에로스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 의미는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빈곤의 여신 ‘페니아’와 풍요와 충족의 신 ‘포로스’ 사이에 태어난 에로스를 통해 사랑의 양면성을 소개한다. 사랑하는 동안 풍족하고 즐겁지만, 그 사랑이 깨질까 염려하며 자신의 빈곤함을 두려워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사랑의 본질이라는 것을 에로스의 탄생 배경을 바탕으로 설명한다.
없으니까 갖고 싶고 비어있으니까 채우고 싶은 마음. 윤 박사는 이를 다락방에 숨겨진 삶의 보물이라고 정하고 다섯 차례에 걸쳐 강의를 한다. 윤 박사는 강의마다 고전 한 권씩을 선정해 곁들여서 소개한다. 1강 사랑LOVE(플라톤의 향연), 2강 권력POWER(마키아벨리의 군주론), 3강 생각 THINKING(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4강 자유FREEDOM(밀의 자유론), 5강 행복HIPPINESS(니코마코스의 윤리학) 등으로 강의가 이어진다.
에로스의 탄생으로 시작한 첫날 강의는 지혜의 사랑으로 귀결된다. 사랑의 대상이 지혜가 되면 곧 철학이 된다는 것. 그는 “고대 그리스 시대 철학자들에게 지혜는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여겼다”면서 “결국 에로스는 지혜를 사랑하는 자, 무지한 자와 지혜로운 자 사이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철학(Philosophy)이 ‘사랑(philia)’과 ‘지혜(sophia)’의 합성어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윤 박사는 “우리는 늘 철학하면서 산다. 누구나 삶을 만들어가면서 살고 있다”면서 “사랑이라는 것은 늘 내 마음에 있지만 사람을 향한 사랑에 머물지 않고 지혜를 찾아 떠나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사랑의 대상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강의는 지난 10월 26일 공개된 ‘고인돌2.0’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고전 인문 아카데미 ‘고인돌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은 본지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이 지난 2013년부터 공동으로 진행하는 인문 교육 사업으로 8년째 운영하고 있다. 올해 는 코로나 19의 팬데믹으로 직접 강의실을 찾아가는 대신 전문가들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한다. 특히 올해 ‘고인돌 2.0’으로 명칭을 변경하고 새로운 형식으로 강의를 기획했다. 해를 거듭하면서 중고등학생들이 인문학에 관심이 커지고 있어 중고등학교 교과목과 연계한 프로그램과 일상 속 인문학적 사고를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아울러 인문학 공부를 처음 시작하려는 성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강의도 풍성하다. 2020년 ‘고인돌 2.0(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사업은 SK이노베이션, 한화생명, 농협생명, 교보생명, DB손해보험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장선화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위원 indi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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