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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통령 후보 해리스는..."상대를 생선처럼 내장까지 발라버릴 사람"

2017년 상원의원으로 정계 입문

'러시아 스캔들' 청문회로 스타덤





캔버스 운동화를 신고 현장을 누비며 정치 선배들의 기에 눌리지 않고 할 말을 하던 ‘전사(戰士)’ 카멀라 해리스가 제49대 미국 부통령 자리에 바짝 다가섰다. 고령의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4년 뒤 재선에 도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일각에서 나오는 가운데 해리스는 일찌감치 민주당의 차기 유력 대권주자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해리스를 ‘사회주의자’로 본다. 블룸버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유세에서 해리스가 미래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을 겨냥해 “그가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는 사회주의자 대통령, 특히 여성 사회주의자 대통령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원색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해리스를 좌파로 몰아붙이지만 사실 정책적으로는 중도 실용주의자라는 평가가 중론이다. 검사 시절 엄격한 법 집행 전력으로 오히려 당내 진보세력으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한다. 중도 성향의 바이든 후보에게 진보적 조언을 할 수는 있겠지만 실제로는 좌편향 인사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바이든 후보와 대선후보를 다퉜던 민주당 내 대표적 좌파인 버니 샌더스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에 비할 바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두 후보의 조합은 민주당 지지세력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았다. 부자 증세 등 정책을 주장한 샌더스, 대기업 해체를 주장하는 워런의 급진적인 정치 이념을 두려워했던 중도 세력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이민제도와 사법제도 개혁을 주장한 해리스의 안정적인 진보 색채는 중도의 바이든 철학과 조합을 잘 이루며 트럼프의 극단적인 좌파 프레임을 깨뜨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정치 신인’ 해리스는 2018년 9월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청문회에서 활약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해리스는 2016 대선 당시 ‘러시아 스캔들’ 관련 답변을 회피하는 캐버노에게 “예, 아니요로 대답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강하게 그를 몰아세웠다. ‘낙태 문제’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남자의 신체에 대해 결정권을 갖고 권한을 행사하는 법을 상상할 수 있느냐”고 꼬집었다. 그의 전사적 면모에 캐버노는 “지금은 아무런 의견이 없다”며 사실상 두 손을 들었다.



바로 이 지점이 ‘온순한’ 바이든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는 면이다. 공화당 측도 이런 해리스에 주목하며 “(해리스의 부통령 후보 지명은) 공화당이 가장 두려워한 선택” “해리스는 큰 무대에서도 상대를 생선처럼 내장까지 발라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여기에 ‘여성’ 해리스는 대선 정국 초반 바이든을 향해 제기된 성추행 의혹의 파장을 줄이는 데 영향을 줬고, 유색인종이라는 점 역시 바이든을 백인 조합인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확실하게 구분하게 해줬다.

당내 일각에서는 해리스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해리스가 후보로 참여했던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1970년대 흑백학생 통합정책의 일환인 ‘스쿨버스통학’에 반대한 바이든의 전력을 끄집어내며 바이든을 공격했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민주당 경선을 “지루하다”고 비아냥거린 트럼프 대통령도 해리스의 활약에 견제 의사를 드러낼 정도로 해리스의 공격성이 두드러졌었다. 바이든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 역시 “마치 복부를 강타당한 것 같다”고 서운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은 해리스를 선택했다. 특히 공식 지명 전 언론사 카메라에 잡힌 바이든의 수첩에는 해리스라는 이름 밑에 ‘원한을 품지 않는다’고 써져 있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명 전부터 차기 대권후보로 거론된 해리스에게 바이든은 정치적 기회를 많이 주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은 3월 자신을 ‘전환후보(transition candidate)’로 표현하며 새 정치인 발굴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여기에 자신을 코치로, 부통령 등 대선캠프 인사를 유능한 운동선수로 비유해 러닝메이트의 활약을 예고하기도 했다. 또한 10월 열린 부통령 후보 간 TV 토론에서 안정적이면서도 예리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많은 시청자를 사로잡으며 얼굴을 확실히 알렸다는 평가도 나왔다. 바이든이 지난 대선 트럼프 대통령이 쟁취한 텍사스주에 해리스를 보내 단독 유세를 맡긴 것도 이 같은 이유다.

해리스가 부통령에 오를 경우 미국 역사상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이 되는 그의 남편도 주목받고 있다. 더글러스 엠호프는 대형 로펌 DAL파이프의 엔터테인먼트 전문 파트너 변호사로 지금은 해리스의 선거운동을 위해 휴직한 상태다. CNN방송 등 현지 언론은 이미 정치적 장벽과 백인 기득권이 공고한 미국에서 ‘부통령의 첫 번째 남성 배우자’는 정치와 성별 규범의 변화를 대표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럿거스대의 켈리 디트마르 정치학부 교수 역시 “엠호프가 무대 위에서 해리스의 뒤에 서고, 해리스의 당선을 위해 소셜미디어에서 지지자와 활발히 소통하는 모습은 미래 남성 세대에게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버지니아대 밀러 센터의 대통령학 연구 책임자인 바버라 페리도 “해리스 부부 자체가 미국의 다양성을 반영한다”고 밝혔다. /곽윤아기자 o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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