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 결과 윤곽이 나오면서 세계 증시가 일제히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가긴 했지만 다우 지수는 이번 주 7% 가량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경제가 가장 싫어하는 불확실성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위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은 제약·바이오주의 약진입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오바마케어’ 등 보편 의료 서비스 확대를 예고하면서 관련 기업이 수혜를 톡톡히 볼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기대감은 국내 증시로도 이어졌습니다. 특히 지난 6일 셀트리온(068270)은 2.02%, 녹십자는 7.79% 상승 마감했습니다.
바이든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부통령이었던 만큼 트럼프 행정부가 폐기한 ‘오바마케어’를 부활·확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요. 오바마케어는 지난 2014년 1월 시행됐던 오바마 대통령 주도의 미국 의료보험 시스템 개혁 법안을 말합니다. 전 국민의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했었는데요. 그간 트럼프 대통령을 중심으로 공화당은 오바마케어가 기업과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고 국가재정 부담을 늘린다는 이유로 오바마케어의 폐지를 진행해왔습니다. 그런데 다시 오바마케어가 살아난다고 하니 제약·바이오 업계가 들뜰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바이든 공약을 구체적으로 보면 의약품 접근성을 확대하기 위해 약가 규제를 강화하고 복제약 처방을 장려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당뇨·암·심장질환 부유 환자의 보험 적용을 거부하지 못하게 하는 동시에 미국인의 약 97%(현재 약 91.5%)가 공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약속도 했습니다. 메디케어 가입 연령도 기존 65세에서 60세로 낮춰 수혜받는 노년층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습니다.
전문가들은 특히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분야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약가 인하로 글로벌 제약사 투자 축소가 우려되지만 제네릭,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장려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또 조기 진단 등 정밀의학과 원격 진료 등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장려가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복제약을 장려하고 수입을 확대할 경우 국내 기업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대표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셀트리온이 있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10여 년 만에 올해 총 36만4,000리터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규모를 갖춰 글로벌 1위에 올랐습니다. 생산규모 2·3위는 각각 론자(36만리터)와 베링거인겔하임(24만리터)이 차지하고 있는 데요. 여기에 더해 25.6만리터 규모의 제 4공장이 2022년 말부터 가동될 예정이어서 이때가 되면 총 62만리터의 생산 규모로 세계 CMO 시장의 30%를 차지하게 됩니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3총사(램시마·허쥬마·트룩시마)를 앞세워 올해 유한양행를 제치고 매출 1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되면서 업계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습니다.
다만 모처럼 온 기회를 어떻게 잘 활용하는지는 개별 기업에 달린 것으로 보입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시장이 확대되더라도 경쟁이 심화 돼 ‘레드오션’이 되어버릴지 모두에게 기회로 작용하는 ‘블루오션’이 될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면서 “그래도 업계에서는 트럼프 당선 보다는 바이든의 당선이 좀 더 유리하지 않겠나 하는 예측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주원기자 joowonmai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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