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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美 대선을 보는 또 하나의 시각: 영혼을 되찾는 민주주의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포퓰리즘, 권위주의적 통치 득세

분열 대신 통합 외친 바이든의 승리

민주주의 소생 중대 분기점 될 것

손병권 중앙대 교수




예상대로 오랜 시간 개표가 진행된 2020년 미국 대통령선거였다. 개표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CNN 등 미국 언론은 펜실베이니아주의 개표 결과를 바탕으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최종 당선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대통령 당선인이 된 바이든 후보도 7일 승리를 선언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승리선언 연설을 하면서도 “상대방을 적으로 취급하지 않겠다” “민주당원이 아닌 미국 대통령” 등을 외치며 분열을 극복하고 통합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대선의 최종 결과가 거의 확실해지면서 향후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대해 궁금증이 터져 나오고 있다. 북핵 문제에 관심이 있을 수밖에 없는 우리로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자 간 톱다운 방식이 폐기될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방식으로 북한 최고지도부와 대응할 것이며 우리는 어떤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인지가 일차적인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또 기후변화에 관심이 있는 환경단체나 환경정책전문가라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동력을 잃은 파리 기후체제가 미국의 복귀로 탄력을 받을 것인지, 그렇다면 2050년 탄소 순배출 제로를 선언한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지 등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이다.

이러한 관심사가 모두 중요하지만 바이든의 승리가 미국 민주주의, 더 나아가 세계 민주주의의 향후 진로에 시사하는 바도 다른 어떤 사안 못지않게 중요하다. 1980년대 제3의 민주화 이후 세계 각국에서 권위주의 구체제가 무너지고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선 바 있다. 더 나아가 탈냉전 이후 미국 중심의 단극체제가 등장하면서 민주주의는 각국 정치에서 ‘일상화된 유일한 경기방식(the only game in town)’으로 자리 잡는 것처럼 보였다.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가 확산되면서 시장경제가 중산층의 성장을 통해 각지에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마련하고 세계가 민주주의로 수렴돼 국가 간 분쟁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한껏 고조됐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전후해 맹목적 포퓰리즘, 백인 민족주의, 권위주의적 통치가 득세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 전통적 민주주의 국가에서조차 민주주의 기조가 뿌리까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미국 대선의 러시아 커넥션을 수사한 연방수사국장을 해임했으며 백인 우월주의자에 대한 규탄에 인색했다. 게다가 선거가 개표 중인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 자신에게 불리한 모든 뉴스를 ‘가짜뉴스’로 몰아붙이며 소송 불사를 공언하고 있다. 이처럼 민주주의가 ‘일상화된 유일한 경기방식’이라는 주장이 상당히 퇴색한 상황에서 2020년 미국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주의를 회복해 ‘미국의 영혼을 치유’하겠다는 바이든의 승리는 민주주의의 소생에 매우 중요한 분기점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감상은 바이든의 승리가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민주주의에 미칠 암묵적인 영향력을 고려해볼 때 더욱 그렇다.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고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를 모두 가짜로 몰아붙이며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의 과학적 논거를 일축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됐다면 지금 분위기는 어땠을까. 세계 각국의 독단적 지도자들의 규범 파괴적인 성향과 행태는 반대파의 저항에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힘을 받았을지 모른다. 민주주의라는 외투만 걸친 사실상의 권위주의가 민주적 규범과 절차를 무시한 채 오로지 진영논리에 충실한 선거전략만으로도 지속할 수 있다는 트럼프 승리의 메시지는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확신했던 깨어 있는 시민들을 또다시 좌절시켰을 것이다. 영혼 없는 민주주의에 다시 영혼을 불어넣겠다는 바이든의 당선은 민주주의의 복원력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한 소중한 기회였다. 앞으로 1월20일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을 하든, 이것이 이번 미국 대선의 결과가 세계 민주주의에 던지는 가장 의미 있는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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