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2020년 브랜드 가치 1~5위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순이다. 기존의 전통산업 대신 IT 신산업과 플랫폼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주도하는 것이다.
구글은 강력한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1998년 창업 이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구글의 기업가치 중 검색엔진 기술이 차지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검색엔진 기술의 가치는 얼마 되지 않으며, 대부분의 가치는 구글이 지금까지 확보한 데이터의 가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구글이 가지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다른 회사들이 따라잡기는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재작년 블랙 프라이데이 때 아마존에서 ‘23andMe’이라는 회사의 200달러짜리 DNA 검사키트를 100달러에 판매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 회사는 DNA 검사키트에 침을 담아 보내면 의뢰인이 유전적으로 어떻게 타고났고 어떤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등을 알려 준다. 200달러를 받더라도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는 데, 그 금액을 100달러로 더욱 낮춘 것이다. 검사할 때마다 손해를 보면서까지 DNA 검사키트를 판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서다. 사람들의 유전자 정보를 빨리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 자체가 다른 회사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경쟁력을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지금은 지구에 매장된 전체 석유의 가치보다 전체 데이터의 가치가 더 큰 시대가 되었다. 데이터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원유와 쌀로 비유된다. 빅데이터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도,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양질의 데이터는 필수적이다. 이제는 기술보다 데이터가 더 중요한 시대로 패러다임이 바뀐 것이다.
데이터 중에서 핵심은 정부 데이터이다. 미국 정부는 안보와 관련이 없다면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공개한다. 오바마 정부에서 많은 데이터 공개가 이루어졌고, 트럼프 정부에서도 하나라도 더 공개할 것이 없는지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인구센서스, 정밀 지도, 기후 변화, 인공위성으로 분석한 전 국토의 토양분석 등 정부에서 제공하는 수많은 양질의 데이터가 민간 데이터와 합쳐 미국의 데이터 산업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정부는 가능하면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으려 한다. 공개하면 생각하지도 못한 책임질 일들이 발견될까 봐 주저할 수도 있겠지만, 하지 않는다면 글로벌 경쟁 시대에 국가 전체가 뒤처질 수밖에 없다. 정부 데이터는 공개하지 않으면서 데이터 산업과 데이터 댐을 이야기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정부 데이터 공개와 관련하여 데이터청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온다.
그러나 필자는 반대 입장이다. 데이터청이 만들어져도 상위에 있는 정부 부처들이 말을 들을 리 없다. 오히려 일이 잘못되었을 때 책임을 전가하는 역할만 할까 우려된다. 이렇게 중요하고 전 부처에 걸쳐있는 일은 최소한 국무총리 또는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직속 조직을 만들고 여기서 세계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우리나라의 수준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을 한 후, 전 부처에 걸친 데이터 공개 전략을 세우고 국무총리나 대통령이 책임지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새로운 미래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 데이터 공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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