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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 지난 종전선언론 한계...남북관계보다 한미관계 개선 시급"

[美 바이든 시대-한미관계 전문가 진단]

文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고수 의지 피력했지만

실무협상 중시하는 바이든 '先비핵화' 입장 분명

톱다운 방식 대북정책 뱡향 '전면 리셋'할 시점

지난 2016년 역대 최대 규모의 한미연합훈련을 앞두고 대북첩보수집을 위해 사용중인 U2S 신형 고공정찰기가 경기도 평택시 오산미군기지에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바이든 시대 출범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방식에 호흡을 맞춰온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을 ‘전면 리셋’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라는 기존의 대북 정책 기조를 고수할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지만 바이든 시대를 대비하는 대북 정책의 재설계가 절실한 시점이라는 게 다수 전문가의 진단이다.



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관련, “한미 동맹 강화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어떠한 공백도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외교 정책에 대대적 변화가 예상되나 우리 정부의 대북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한미 동맹 발전을 수차례 강조하면서도 “남과 북이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라고 언급했다. 남북 간 관계 개선을 통해 미국을 움직이는 ‘한반도 운전자론’을 재차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우리 정부가 바이든 시대에도 ‘한반도 운전자론’을 바탕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추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진단했다. 실무적 절차와 의회와의 협의 등을 중시하는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 추진 성향상 우리 정부의 중재로 ‘종전선언→평화협정 체결→항구적 평화체제’의 과정을 속전속결로 처리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것이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 정부의 입장을 섣불리 내놓기보다 서로 공조할 수 있는 방안부터 탐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은 △실무협상 중심의 ‘보텀업’ 방식의 대북 접근 △더 강화된 선(先) 비핵화-후(後) 제재 완화 기조 △한미일 등 동맹관계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지금까지는 우리 정부가 중재자로서 대미 외교에 총력을 기울였지만 바이든의 경우 ‘상당한 핵무기 감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협상할 수 없다’는 입장인 만큼 트럼프 때와 같이 ‘무조건 협상에 나오라’고 요구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북한 비핵화가 선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현 정부의 종전선언 요구도 완화해야 된다”며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책만 빼고 무엇이든’이고 지난 2018년 싱가포르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간 북미 합의는 총론에 불과한데 이를 지켜야 한다는 주장도 흐름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신범철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도 “철 지난 종전선언론은 한계가 분명하다”며 “북한 비핵화가 전제된 종전선언을 이야기하는 것이 한미 동맹에 있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가 되레 바이든 행정부와의 끈끈한 공조 아래 북한에 강한 목소리를 내고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일 수 있도록 먼저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북한의 태도 변화 없이는 ‘톱다운’이든 ‘보텀업’이든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신인균 경기대 북한학과 겸임교수는 “중국·미국·북한 모두와 관계를 개선하는 일은 있을 수 없으므로 남북관계 개선보다 한미관계 개선을 우선시해야 한다”며 “현 정부 스탠스로는 한미 관계가 개선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미국의 새 정부가 보텀업 방식을 선호하면 거기에 맞는 대안을 잘 만들어서 미국에 제시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러나 여전히 기존의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도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 조야와 소통하겠다”면서도 한발 더 나아가 “정세의 전환기를 남북의 시간으로 만들기를 희망하며 남북이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고 신뢰를 만들면 정세의 흐름을 우리가 주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윤경환·윤홍우·김혜린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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