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은 9일 신임 차장검사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국민의 검찰은 검찰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것을 늘 염두에 둬야 한다는 뜻”이라며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의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수사 등으로 현 정부를 겨냥한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여권에서 연일 ‘검찰이 정부 정책 관련 수사를 함으로써 정부를 흔들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한 답변 성격이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신임 차장검사들을 상대로 강연을 진행했다. 법무연수원 강연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3일 첫 방문 때는 초임 부장검사들 대상으로 강연이 진행됐고 윤 총장은 이때도 “살아있는 권력 등 사회적 강자의 범죄를 엄벌해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 연속 후배 검사들에게 ‘국민의 검찰’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이어 윤 총장은 이날 차장검사들에게 “공정한 검찰은 형사사법절차에서 당사자 간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을 의미하며 당사자주의, 공판중심 수사구조, 방어권 철저 보장을 포함한다”며 “‘공정’한 검찰과 ‘국민’의 검찰은 동전의 양면”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여당 등으로부터 연일 공격을 받고 있다. 추 장관은 지난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여당 의원 질의에 검찰의 특수활동비 사용 행태를 문제 삼았다. 그는 “(윤 총장이) 특활비를 주머닛돈처럼 사용한다”고 언급한 뒤 이튿날 대검 감찰부에 대검찰청 등의 특수활동비 지급과 배정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동시에 대전지검은 지난 5~6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을 압수수색 하고 정부가 월성 원전 1호기의 경제성 평가를 조작했는지를 수사하고 있다. 이에 여권에선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공격해 정부를 흔들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9일 오후 대검찰청을 방문해 법무부와 검찰의 특활비 지급과 집행서류 검증에 들어갔다. 여야는 대검 검증을 마치고 대검에 대한 점검 준비가 미흡했다며 기자들을 만나 정쟁을 이어갔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특활비 검증은 윤 총장만 검사하자는 것이 아니었고 법무부, 대검, 감사원 같이 봤다”면서 “야당은 법무부만 문제 삼았는데, 오늘 본 서류로는 일선 청으로 어느 정도 특활비가 내려갔는지 볼 수 있는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은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에게 특활비 문제 있냐 묻자 집행에 큰문제 없다고 하더라”며 “한동수 윤석열 총장은 대검 감찰부의 감찰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했고, 추 장관이 특활비를 안 섰다는 증거도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