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앞으로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 등 동맹국과 힘을 합쳐 중국을 압박할 것이라고 중국 관영 매체가 보도했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10일 논평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과 민주주의에 밑줄을 긋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유럽, 일본, 한국 등 우방국들을 단결시켜 이념적 동맹을 만들 것”이라며 “안토니우스 블링켄과 제이크 설리번 등 바이든의 외교 정책 자문위원 중 다수는 미국이 유럽 등 동맹과의 관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타임스는 블링켄과 설리번 등 바이든 당선인의 중국 정책 관련 보좌관을 거론하면서 “이들은 대부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행정부 출신”이라며 “이들 자문위원은 바이든 내각의 구성원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어 “이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중국과 경쟁하는 잘못된 방법이라고 여긴다”면서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을 글로벌 패권국 지위를 유지하는 가장 큰 위협으로 여기고 있고, 대중 정책의 기조는 트럼프 행정부와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무역전쟁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이 있지만, 일부 민주당 의원은 무역에서 중국을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어느 정도 먹혀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하자마자 중국에 부과된 모든 관세를 철회하지 않고 놔둔 채 중국과 추가 협상을 위한 카드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당선인은 오바마 정부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냈고, 그의 외교 철학은 오바마의 사상을 일부 계승할 수도 있다”며 “다만 대중정책에 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일부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타임스는 또 다른 논평에서 “미국 정부에서 코로나19가 미국 전역을 강타한 후 중국을 희생양으로 삼아 미국인의 불만을 완화한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 지배 엘리트는 근거 없는 비난으로 중국에 오명을 씌우고 국내 혼란을 잠재우려 했지만, 결국 이 수법은 실패로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이 내부 갈등에서 눈을 돌리기 위해 민족주의에 의존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미국의 진정한 라이벌은 중국이 아니라 코로나19”라고 덧붙였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로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협정을 재협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판단하에 바이든 당선인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는 합리적인 제스처를 취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정부의 고문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체결한 1단계 무역협정의 재협상을 시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1단계 무역협정은 18개월 간 관세전쟁 끝에 미중 양국이 올해 1월 극적으로 타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올해부터 2년간 2,000억달러(약 220조원) 규모의 미국산 제품을 추가로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에선 이 같은 약속이 ‘비현실적’이라고 보고 있으며 보다 ‘합리적인’ 지도자인 바이든 당선자에 재협상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중국 국무원에 고문으로 출입하는 시인홍 인민대 국제관계학 교수는 “중국이 과도한 수입 목표를 줄이고 대미 수출에 대한 관세를 줄이는 것을 자국 이익으로 볼 것”이라며 “중국은 바이든 당선자가 재협상에서 보다 구조적인 변화를 모색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내다봤다. 다만 “바이든 행정부는 홍콩, 대만, 신장위구르, 남중국해 등 인권문제와 미국 내 중국 정보활동 의혹에 대해선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바이든 당선자가 무역협정 재협상에 응할 경우 지적재산권(IP) 보호나 인권문제 협상을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싱크탱크인 중국세계화연구소의 왕후이야오 대표는 “중국이 미국 기업의 IP 보호를 더 많이 약속하고 금융시장을 더 많이 개방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인권 보호 같은 분야에선 타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기혁기자 coldmet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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