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전에 항일 독립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했던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시아버지 고(故) 이기을 연세대 경영대 명예교수가 이번에 독립유공자로 등록된다.
10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 교수가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운동을 한 공적을 인정해 달라며 지난 4월 정부에 포상신청을 접수했고, 최근 심사를 통해 포상 대상으로 결정됐다.
함경남도 북청 출신인 그는 일제 강점기 시절인 1940년 ‘중앙고보 5인 독서회’ 사건에 가담했다. 5인 독서회는 이 교수를 비롯해 노국환·유영하·조성훈·황종갑씨 등 중앙고보 4학년생 5명이 조직한 학생 항일 단체다.
당시 교사인 최복현씨의 지도아래 만들어진 이 독서회는 일주일에 한 번씩 모임을 갖고 민족정기와 독립쟁취 등에 관한 토론을 했다. 또 금서로 지정된 ‘도산 안창호’, ‘민족개조론’, ‘사회계약론’ 등의 책을 돌려가며 읽었다.
학생들은 1941년 활동범위를 확대하던 중 황종갑씨의 연락 편지가 일본경찰에 발각돼 독서회의 존재와 활동내용이 드러났다. 이에 이 교수 등 5명의 학생은 100일, 지도교사 최복현씨는 1년간 옥고를 치렀다. 이후 그는 1943년 일본군 학병이 돼 일본 가고시마에 배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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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지난 1983년 정부에 5인 독서회 활동을 독립운동으로 인정해달라며 독립유공자 포상신청을 했지만 탈락했으며 이유는 일본군 입대 경력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이 교수는 당시 일본군에 강제 징집됐는데 이번 심사에서 그런 특수성이 감안됐다”며 “또 포상 기준도 이전에 비해 완화돼 이 교수가 이번에 포상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독립유공자에게는 보훈급여와 임대주택 우선공급, 국립묘지 안장 등의 혜택이 주어진다. 이 교수가 지난달 13일 별세함에 따라 혜택은 유족이 받는다. 유족에게 지급되는 보훈급여는 훈격에 따라 매월 최소 74만원에서 최고 260만원이다. 독립유공자의 훈격은 건국훈장이 가장 높고 이어 건국포장, 대통령 표창 순이다. 이 교수의 훈격은 대통령 표창이며, 유족은 매월 74만원의 보훈급여를 받게 된다.
정부는 오는 17일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에서 이 교수 등 이번 포상 심사를 통과한 독립유공자 또는 유족을 대상으로 포상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정욱기자 myk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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