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착한 사람들이 있다. 메마른 사회라고 하지만 부족한 사람들 중에는 더 부족한 사람들을 돕는 이들이 많다. A씨도 그런 착한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꽃과 화분을 파는 가난한 노점상이지만 길거리에서 삶을 보내는 이들에게 용돈을 주고 따뜻한 잠자리를 제공했다. 그러나 우리 주변에는 나쁜 사람들도 있다. A씨가 만난 B씨가 그런 사람이었고 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았다.
A씨가 B씨를 만난 건 2015년이었다. 노숙자들에게 소액의 용돈과 잠자리를 주는 봉사를 해온 A씨에게 B씨는 도와줘야 하는 또 다른 친구였다. 이후 그는 4년 동안 B씨에게 호의를 베풀었다. 노점상에 건물 관리까지 하면서 번 돈의 일부를 용돈으로 쥐어 줬고 가끔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잘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문제는 처음에는 고마워하던 B씨가 A씨에게 요구하는 것이 날이 갈수록 커졌다는 점이다. 그는 A씨에게 다른 노숙인에게 줄 돈을 자신에게만 달라 했고 건물 관리일도 자신에게 넘기라고 요구했다. 결국 갈등은 파국으로 끝이 났다. 요구를 계속 거절하자 화가 난 B씨가 A씨를 폭행하고 전선으로 목을 졸라 살해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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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은 은혜를 원수로 갚은 B씨에게 엄벌이 필요하다고 봤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를 수차례 폭행하고 줄로 목을 조르는 방법으로 피해자를 살해했 다”며 “범행의 내용과 수법 등에 비춰 죄책이 매우 무겁다”며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재판 과정에서 B씨가 범행 이후 증거를 감추고 도주하려 한 사실도 드러났다. 2심은 징역 18년으로 형량을 늘렸다. 1심 형이 너무 가볍다는 이유에서다. 2심 재판부는 “피해자는 자신도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음에도 평소 주위 상인들이나 노숙인들에게 물심양면으로 호의를 베풀었다”며 “그동안 피해자로부터 적지 않은 도움을 받아온 피고인은 피해자가 자신을 무시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생명을 짓밟는 중대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B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A씨의 안타까운 죽음이 알려지자 일각에서는 전체 노숙자들을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B씨의 범행이 천인공노할 일은 맞지만 모든 노숙인들이 그와 같이 악행을 저질렀을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동안 A씨에게 도움을 받아온 많은 노숙인들이 그의 죽음에 함께 슬퍼하고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평소 주위 사람들을 돕는 것을 삶의 낙으로 여겼던 A씨 역시 노숙인들에 대한 차가운 시선보다 따뜻한 온정이 넘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랄 것이다. 그의 죽음에 명복을 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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