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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특파원의 차이나페이지] <72> ‘핵심기술로 내수경제 키우겠다’는 中共…표현은 평범하나 의지는 강해

■ 미중 전장의 새 전략 ‘14· 5 계획’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9기 5차 전체회의(5중전회) 마지막날이었던 지난달 29일 베이징 시민들이 ‘당 조직 강화를 통해 당이 사회발전을 이끈다(黨建引領)’이라는 중공 슬로건 옆을 지나가고 있다. /AP연합뉴스




국가 경제를 5년 단위로 계획하고 추진하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중국이 시작한 것은 지난 1953년부터다. 다만 중국에서 5개년 계획으로 작성된 70년 가까운 기간 동안 올해처럼 이 계획이 관심을 끈 적이 없었다. 미국·중국 간의 ‘무역분쟁’으로 시작된 갈등이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글로벌 패권을 둘러싼 전면전이 현재도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에 대한 중국 나름의 대답이 지난달 말 열린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제19기 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심의 통과된 제14차 5개년 계획(2021~2025년, 정식명칭은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규획’으로 줄여서 ‘14·5 계획’)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14·5 계획에 대한 중국 정부의 관심은 남다르다. 최근 관영 신화통신은 14·5 계획을 공개한 후 계획 입안 과정을 정리한 별도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14·5 계획 입안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에서 일단 진정세에 들어간 4월13일부터 시작됐다. 이때부터 최근의 정식 입안까지 200여일이 소요됐다. 특히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14·5 계획 입안팀이 참여하는 10여 차례의 회의 및 세미나를 직접 주재했다. 결국 14·5 계획은 “시진핑의 작품”이라는 것이 신화통신의 주장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신화통신이 내놓은 기사 하나에 ‘시진핑’이라는 이름이 무려 63차례나 거명됐다. 이는 시 총서기의 권위와 통제력을 조명하려는 중국 공산당 선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외신들은 현재 공개된 14·5 계획이 요란한 홍보에 비해 빈약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14·5 계획을 정리해 신화통신을 통해 발표된 ‘중공 중앙이 제정한 국민경제와 사회발전 제14차 5개년 규획의 건의(줄여서 ‘건의’)’에는 내수확대와 기술개발을 통한 자립경제 발전을 목표로 국내 경제와 국제 경제가 결합된 쌍순환 발전, 핵심기술 개발, 중국군 현대화 등의 개념이 들어있다

중공 중앙위 19기 5중전회가 지난달 29일 베이징의 징시호텔에서 진행중이다.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14·5 계획에서 핵심기술 자립을 향후 발전 전략으로 제시한 데 대해 왕즈강 중국 과학기술부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혁신 능력을 높여 스스로의 할 일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원슈 중앙재경위원회 상무부주임도 “중국의 무역 의존도, 즉 수출입 총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는 비중이 한때 60% 이상에서 현재 30%대로 떨어졌고 거꾸로 이제는 국내 공급과 수요가 경기순환을 지탱하는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4·5 계획의 ‘건의’에서는 그동안 중국 내외의 관심을 모았던 향후 5년간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빠졌다. 그만큼 현재 중국이 맞닥뜨린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다. 지난 13·5 계획(2015~2020년)에서 6.5%였던 평균성장률 목표치가 이번 14·5 계획에서는 5% 내외로 비공식 결정됐다는 소식 정도가 나오고 있다.

표현은 다소 평범하지만 14·5 계획을 통해 중국이 강조하는 의지는 결코 약하지 않다. ‘건의’를 보면 무역전쟁을 겪으면서 미국의 패권에 대항하는 중국의 목표가 확실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중국은 이의 수단으로 자립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이른바 ‘개혁개방’에서 시작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으로 절정에 이른 대외교류 중심의 경제정책이 이제 180도 바뀌었다는 것이다.

14·5 계획이 무심하게 보인 것은 대외적인 충격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13·5 계획에는 ‘중국제조 2025’, ‘군민(軍民)융합’ 등 외부세계에 자극적인 표현이 꽤 들어있었다. ‘중국제조 2025’는 오는 2025까지 중국을 제조강국으로 만든다는 것이고 ‘군민융합’은 군사와 민간기술의 공동발전을 의미한다

이는 무역전쟁 과정에서 미국의 집중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중국이 민간기업을 도구로 확장정책을 펼친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중국제조 2025’를 위해서 보조금 등 부당한 지원을 했다는 의심을, ‘군민융합’은 중국정부가 민간기업을 이용해 타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각각 불러일으켰다. 미국의 화웨이 제재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용어는 이번 14·5 계획에서는 빠졌다. 물론 이번 14·5 계획에서도 기존 목표가 분명하게 재확인됐다. 오는 2035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을 넘어서는 세계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과시에 다름 아니다.

역사상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라는 구상을 처음 만들고 시행한 국가는 소련으로 알려져 있다. 1928년 소련의 스탈린은 제1차대전과 내전의 피폐에서 벗어나기 위해 5개년 계획을 시작했다. 스탈린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또 따라 했던 중국의 마오쩌둥도 이런 제도를 도입한다. 국공내전의 피해가 회복되고 한국전쟁 파병이 끝나면서 중국은 본격적인 경제재건에 나섰고 이때 1953년부터 5개년 계획이 시작됐다.



중공 중앙위 19기 5중전회의 폐막 소식을 알리고 있는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지난달 30일자 1면 모습. 제14차 5개년 계획의 ‘건의’가 심의 통과됐다는 제목이 붙어있다. /인민일보 홈페이지 캡처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1차 5개년 계획(1953~1957년)의 목표는 중국 사회주의 체제 심화와 중공업 육성을 통해 경제발전, 자주국방이었다. 물론 이런 목표는 지금 14·5 계획에서도 그대로다. 1차 계획은 상당한 성과를 올렸고 이를 통해 중국은 1956년 ‘사회주의 진입’을 공식 선언했다. 즉 이때부터 중국은 공식적으로 사회주의 사회가 됐다. 다만 경제·사회 수준이 낮은 관계로 아직까지 중국이 ‘사회주의 초급단계’에 있다는 것이 관방의 해석이다. 지금으로서는 향후 ‘사회주의 현대화’ 달성이라는 목표로 바뀐 상황이다.

5개년 계획은 2·5 계획(1958~1962년) 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2·5 계획의 첫 해인 1958년은 대약진운동이 시작된 때다. 마오쩌둥의 광신에 가까운 믿음과 추진으로 중공업 육성과 농업생산 증대의 동시 달성이라는 대약진운동의 광풍이 중국 전역을 휘몰아쳤다. 결국 중국 경제는 파탄 났다.

1963~1965년 조정기를 거친 후 3·5 계획은 1966년 다시 시작됐다. 다행히 이후로는 5개년 계획이 중단없이 계속돼 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제11차 5개년 계획(2006~2010년)부터는 ‘계획(計劃)’이라는 말 대신 ‘규획(規劃)’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관방은 “중국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민영부분의 역할이 커져감을 반영해 국가 주도적인 뜻이 강한 ‘계획’이란 말 대신 민간경제의 의견과 자율성을 반영하는 차원의 ‘규획’이라는 말을 사용한다”고 설명한다. 물론 현재 대부분의 외신들은 그대로 ‘계획’이라고 번역한다. 여전히 국가 주도적인 계획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내수 주도 경제로의 전환은 후진타오 국가주석 시대인 12·5 계획(2011~2015년)에서도 나왔다. 당시 ‘발전방식의 전환과 경제구조의 조정’을 모토로 ▲대외 수요 의존형 경제에서 내수 주도 경제로(從外需 向內需) ▲고탄소경제에서 저탄소 경제로(從高炭 向低炭) ▲강한 국가에서 부유한 국민 시대로(從强國 向富民) 등을 주장했었다. 물론 이는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까지 진행 중인 13·5 계획(2016~2020년)은 시진핑 주석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담은 것이다. 과거 12·5 계획의 ‘조정’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진핑의 모토인 ‘중화민족 부흥’이라는 이른바 ‘중국몽’을 이루기 위한 계획을 꾸렸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이런 지나친 적극성이 국제사회의 의심을 사는 계기가 됐다.

13·5 계획에서 중국 정부가 내놓은 전략적 신흥산업 발전, 중국 제조업 선진화 계획(이른바 ‘중국제조 2025’), 제조강국 등의 목표치는 곧 중국이 추진 중인 국가자본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로 공격을 받았다. 여기에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한 지난 2018년 헌법 개정이 겹치면서 미국의 본격적인 공세에 시달리게 됐다.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중국중앙(CC)TV 본사 앞을 자전거와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중국이 14·5 계획에서의 표현은 순화했지만 목표는 13·5 계획에서 확정된 일정 그대로다. 오는 2025년 제조강국 대열에 진입하고 2035년 전체 제조업 수준을 세계 주요 제조강국의 중간 수준까지 높이고 2049년에는 세계 선두 제조강국이 되는 것이다. 2049년은 현재 중국인민공화국의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다.

중국 정부는 이번 5중전회에서 14·5 계획과 함께 2035년 장기발전 계획까지 마련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패권 쟁탈전에 나설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금이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중국인에게 경각심을 부추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14·5 계획의 ‘건의’에서는 “세계는 100년 만의 대격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으며 “국제환경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뚜렷이 커졌다”고 내세웠다.

중국의 1차 5개년 계획에서 이번 14차 계획까지 관통하는 문장이 하나 있다. 바로 중국 공산당 일당독재의 유지다. 14·5 계획의 ‘건의’에서도 “반드시 당(공산당)의 전면적 영도를 견지하고 모든 적극적인 요소를 충분히 동원하며 단결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광범위하게 단결해 발전을 추동하는 강대한 합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9기 5중전회에서 ‘건의’ 형식으로 제안된 14·5 계획 방안은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최종확정 시행된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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