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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택배 분류 자동화에 연 5,000억 원 투입...“택배사·대리점·기사는?”

정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휠소터 등 도입에 정책자금 지원

관계자 투자 소극적인데 재정 투입

심야배송 금지 안 하면 증차 규제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CJ대한통운 강남2지사 터미널 택배분류 작업장에서 택배기사들이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부가 택배 분류작업을 자동화하기 위해 매해 5,000억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적정 택배 가격’을 도출하기 위해 사회적 논의도 착수한다. 다만 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 모두 비용 부담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모양새여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택배 분류작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자동화 설비를 보급하기 위해 저리융자, 펀드 등을 활용해 연 5,000억 원 이상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책자금은 저리융자와 물류펀드 조성·지원 등으로 추진된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재원을 마련해 대출하며 연 2%의 이율이 되도록 시중이자와의 차이는 일반회계에서 100억 원 정도를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류 작업은 택배기사 과로 논란의 핵심이다. 택배 배송을 위해서는 각 지역을 담당하는 기사별로 분류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동안 기사들이 주소를 확인해 자신이 배달해야 할 택배를 수작업으로 분류해왔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으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택배 분류 시간이 대폭 늘었다. 노조 측은 택배기사의 주 업무는 배송이므로 분류 작업을 분리해 과로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른 바 ‘죽음의 공짜노동’이다. 하지만 택배사는 분류와 배송은 떼놓을 수 없는 것으로 계약 당시부터 택배기사의 역할이라고 반박했다. CJ대한통운 등에서 분류인력을 채용하겠다고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택배 분류 자동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택배 터미널에 분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 공적자금을 풀기로 한 것이다. 다만 최근 코로나 19로 수익이 늘어난 택배업계, 민간부문에 투입되는 것이어서 적절성에 논란이 예상된다. 택배사·대리점·택배기사 모두 수입이 늘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택배 당사자들이 투자에 소극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나서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도시철도 차량기지 등을 활용해 공유형 택배분류장을 만들기로 했는데 실효성은 의문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차량기지에 유휴부지는 없다. 공간이 없어서 철도를 대기도 힘들다”며 “있는 방을 빼서 주는 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택배 기사의 처우 개선과 설비투자, 적정 배송수수료 책정을 위해 택배 가격의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가격구조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할 계획이다.

택배기사의 적정 작업시간도 관리한다. 택배기사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수탁계약을 맺은 특수근로형태종사자(특고)로 근로시간 상한을 적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정부는 택배사별 1일 최대 작업시간 설정·22시 이후 심야배송 제한을 권고하고 이를 따르지 않을 경우 택배전용차(‘배’ 번호판) 증차를 규제하기로 했다. 특고의 산재보험 적용제외 사유도 출산·질병 등으로 엄격히 제한할 계획이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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