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처럼 이제는 재벌 체제 인정을 모색해야 합니다”
한석호 전태일50주기행사위원회 실행위원장이 재벌 중심의 경제 구조가 글로벌 경쟁에서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면 이를 현실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노동계 내부에서부터 이런 목소리가 더 많이 나오려면 재벌들도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12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재벌체제 인정을 모색해야 한다”며 “한국 사회에서 글로벌 경쟁에 효율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식 표결권을 가중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의 세습도 고민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노동계와 진보 진영에서 대부분 반대하는 ‘차등의결권’ 도입을 언급한 것이다. 민주노총 출신의 1세대 노동운동가가 재벌 체제 인정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민주노총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사용자단체 앞에서 ‘재벌 해체’를 주장하는 집회를 자주 개최한다.
한 위원장은 재벌 중심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인식을 바꾸게 된 계기로 스웨덴을 꼽았다. 그는 “스웨덴은 10여개 재벌이 경제를 끌고 가면서도 사회적으로 용인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차등의결권 모델도 스웨덴의 사례를 보며 긍정적으로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지주회사인 인베스터AB의 지분 23.3%를 보유하고 있지만 의결권은 50%에 이른다.
한 위원장은 재벌체제에 대해 노동계를 넘어 사회가 수용할 수 있으려면 기업 역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제 재벌들도 경영권 세습을 위한 불법 행위는 버리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지배구조 체제에) 입각해 기업을 운영해야 한다”며 “그러면 우리 노동운동과 사회가 화답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위원장은 “재벌에서 (자꾸) 문제가 터지니 나 같은 사람이 재벌 체제의 필요성을 얘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노사의 신뢰가 지나치게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재벌의 경영권 세습은 노사정 대타협으로 고민해볼 수 있다”며 노동계·경영계·정부의 전향적인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정부는 노사에 책임을 전가하고 회사는 정부와 노동계를, 노동계는 정부와 경영계를 탓한다”며 “정도의 차이를 떠나 노사정 모두에 문제가 있어 문제점이 드러나는 것인 만큼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노사관계가 서로 원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진혁기자 bread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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