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근로자 ‘전속성 기준’ 폐지를 추진한다. 다수의 업체와 위수탁계약을 맺은 특수근로형태종사자(특고)의 경우 산재보험에 가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하나의 업체에 의존하는’ 전속성 조건을 없애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보험체계를 전면 수정해야 하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대책 당정청 협의 이후 “당정청은 산재보험의 전속성 폐지를 본격적으로 추진해 필수노동자의 안전망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전속성이란 ‘1대1’의 노무계약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뜻하는 용어다. 근로계약은 사용자와 근로자의 일대일 관계로 근로자는 한 사용자에게 소득의 대부분을 의지한다. 특고의 경우 근로계약을 맺지 않고 대등한 사업주로서 위수탁계약을 체결하지만 한 곳에만 계약이 체결돼 있다면 이는 일반 근로계약과 다를 게 없다. 계약은 위수탁이지만 소득의 대부분이 한 회사에서만 지급된다면 사실상의 근로계약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속성’이다.
특고가 사회보험에 가입하려면 전속성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특고 종사자 14개 업종은 학습지교사·택배기사 등 다수의 위수탁관계를 체결하기 어려운 경우다. 예를 들어 CJ대한통운 기사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택배를 운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실상의 사용자·근로자 관계가 형성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산재보험료의 절반을 양측이 분담한다.
정부 여당이 전속성 기준을 폐지하려는 것은 이 기준이 사회보험의 확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플랫폼 경제의 발전으로 다수의 위수탁계약을 맺는 특고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가 배달 등 재해 발생 가능성이 높은 업종이지만 전속성을 갖추지 못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 경우 사회보험료를 누가 얼마나 부담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불가피하다. 배달의민족·요기요 등 다수의 플랫폼에서 주문을 받는 배달 라이더의 경우 사용자 지위에 복수의 기업이 생기기 때문에 보험료도 분담해야 한다. 사회보험이 임금근로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전속성을 폐지하면 소득을 기준으로 보험료를 징수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보험료가 ‘준조세’와 다름없어지는 셈이라 시스템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 한 정책위의장이 “당정청은 전통 임금근로자 외에 특고와 프리랜서 등의 소득정보를 적기에 파악해야 한다는 필수적 인식을 공유했다”며 “늦지 않은 시기에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한 배경이다.
사용자를 플랫폼 기업으로 특정할 수 있는지도 미지수다. 예를 들어 배달 라이더의 경우 플랫폼 기업 외에도 음식점 사장, 주문자, 배달 라이더 대리점주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얽혀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산재보험 가입 확대를 위해 법리적 쟁점과 분야별 특수성을 반영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며 “연구용역이 진행 중으로 결과가 나오는 대로 답을 찾겠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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