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 22사단의 주둔 지역은 별난 곳이다. 풍광부터 별나게 아름답다. 경치 좋은 산과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룬다. 고성 통일전망대에 오르면 산과 바다를 끼고 파노라마처럼 이어진 해금강이 눈을 시원하게 만들어준다. 22사단 전체의 근무환경도 유별나다. 가파른 산악 지형의 철책선에 일반전초(GOP)와 비무장지대 내 관측소(GP), 해안 경계초소를 동시에 운용하는 유일한 부대다.
맡은 임무가 과중한 탓인지 사건 사고도 많다. 민간인 월북 사고(2009)에서 노크 귀순(2012), 최전방 초소 음주파티(2017)까지 끊임없이 사고가 터진다. 만기 제대를 3개월 앞둔 병장이 소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장병 5명이 죽고 7명이 부상당한 사건(2014)도 이 부대에서 일어났다. 범인인 임모 병장은 월북할 심산이었으나 남쪽을 향하다 잡혔다. 말년 병장마저 지형과 방향을 혼동할 정도로 고성 일대의 자연환경은 복잡하다.
22사단은 ‘별들의 무덤’으로도 꼽힌다. 사건 사고로 인해 사단장이 직위해제 당하는 사례가 즐비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사단장 이·취임식이 보기 드문 광경일까. 전임자가 명예롭지 못하게 쫓겨나니 이임식은 생략된 채 신임 사단장의 취임식만 열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번에는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바란다. 격려가 필요한 때다. ‘휴전선이 또 뚫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음에도 포상을 거론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다.
첫째, ‘거대한 오해’와 달리 장병들은 경계도 작전도 실패하지 않았다. 미상의 인원이 지난 2일 밤 군사분계선을 넘을 때 열영상장비로 3초와 30초씩 두 차례 감지하고 장비와 병력을 증강 운용한 것부터 교범을 제대로 따랐다. 3일 저녁 열상감시장비(TOD)로 이중철책을 넘는 상황을 포착한 군은 수색 작전에 나섰다. TOD 식별은 이번 작전의 백미다. 북쪽을 향해 고정된 감시 장비에 남쪽도 볼 수 있는 장비를 미리 앞서 추가 설치한 지휘관의 현명함과 관측병의 성실한 근무가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포착 후 ‘진돗개 둘’이 발령되고 12시간여가 지나서야 북한 주민의 신병을 확보했다는 비난도 없지 않지만 과연 그럴까. 심야에 복잡한 산악 지형이라는 작전 상황에서 이뤄낸 이만한 성과는 평점 A에 미치지는 못할지언정 성공이 분명하다. ‘노크 귀순’ 상황과 비교하는 것은 더욱 가당치 않다.
22사단의 장병들을 칭찬해야 할 두 번째 이유는 이번 사건을 진일보하는 계기로 삼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경계에 관한 한 우리 사회는 ‘거대한 오해’에 빠져 있다. 많은 사람은 전방의 장병들이 한 줄로 늘어서 철책선 155마일을 지킨다고 생각하지만 육군 병력이 500만명이라도 불가능한 얘기다. 갈수록 병역자원이 줄고 감군이 진행되는 처지에서 ‘경계에 대한 오해’는 위험하다. 장병들의 피로도가 가중돼 경계 전력 약화를 초래할 뿐이다. 착각과 오해가 굳어지면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릴 수 없고 낭비 요인도 그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반성과 처벌, 개선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사람이 아니라 기계와 구조에 국한돼야 한다. 미상의 인원이 GOP 철책을 넘는데도 광망(철조망 감지센서)이 작동하지 않았다면 문제임이 틀림없다. 더욱이 알려진 대로 사후 조사 결과 미작동한 광망이 불량이나 고장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면 더욱 큰 문제다. 기계 자체 또는 선정과 획득 과정의 구조적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 군은 철저하게 가려낼 의무가 있다.
별다른 지형에서 근무하는 22사단의 진면목이 가려진 부분도 없지 않다. ‘사고 부대’라는 오명과 달리 22사단은 2010년 귀순자를 완벽하게 통문으로 인도하고 추격하는 북한군과 교전을 벌여 격퇴한 적도 있다. 32년 전 우리 측에 다가온 북한군을 소총과 기관총은 물론 박격포까지 발사해 물리친 부대이기도 하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있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사회든 군이든 신상필벌은 미래를 향한 디딤돌이다. 제 임무를 다해낸 22사단 장병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열악한 작전환경에도 별난 성과를 이룬 부대를 풍문에 떠밀려 포상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별 볼 일 없는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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