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가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 가운데 공화당 내부에서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막기 위해 바이든 당선인이 정보당국 브리핑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은 지지하지만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최소한 보고는 받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12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공화당 상원 2인자인 존 튠 원내총무는 이날 바이든 당선인이 기밀 브리핑을 받아야 하느냐는 질문에 “모든 긴급사태에 대비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며 “국가안보 관점, 연속성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선거에 대한 이의제기가 법정에서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을 지지했다.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 때문에 총무청(GSA)이 승자 확정을 미루면서 행정부로부터 당선인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정보국(DNI)도 바이든 당선인에게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주요 국가안보 현안을 파악하지 못한 채 대통령에 취임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공화당 내부는 소송은 필요하다고 해도 바이든 측에 정보 관련 브리핑은 일단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도 바이든 당선인에게 정보 브리핑이 이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원 금융위원장이자 법사위 소속인 척 그래슬리 공화당 의원 역시 “특히 기밀 브리핑에 대한 나의 답은 그렇다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0년 대선 당시 인수인계 기간이 짧아 조지 W 부시 정부가 9·11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지적한 과거 보고서도 거론했다. 당시 공화당의 부시 텍사스주지사와 앨 고어 부통령이 플로리다 개표 결과를 놓고 한달여 동안 법정다툼을 벌이는 동안 빌 클린턴 정부는 부시 후보에게 정보를 주지 않았다.
제임스 랭크포드 공화당 상원의원도 지역 언론에 나와 “GSA에서 13일까지 바이든이 정보 브리핑을 받도록 하지 않으면 개입할 것”이라며 “선거 결과와 상관없이 실제 업무를 준비할 수 있게 어떤 식으로든 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은 정보 브리핑에 국한돼 있다. 랭크포드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이) 너무 빠르다, 난 질문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최고지도부는 부정적이다. 공화당 상원 수장인 미치 매코널 원내대표는 바이든이 기밀 브리핑을 받아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앞서 매코널 원내대표는 소송전에 나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바 있다.
추가 부양책을 놓고도 공화당은 비협조적이다. 바이든 당선인까지 대규모 부양책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했지만 공화당은 2조달러가 넘는 부양책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매코널 원내대표는 10일 “민주당이 2조달러 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반해 공화당은 6,500억달러 안을 찬성하기 때문에 큰 차이를 보인다”라며 대규모 부양책을 통과시킬 생각이 없음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선거·안보기관들은 부정선거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공동성명을 냈다. 미 국토안보부 사이버안보·기간시설안보국(CISA)과 선거기간시설정부조정위원회(GCC)는 이날 성명에서 “11월3일의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했다”며 “현재 미 전역에서 선거 관계자들이 최종 결과에 앞서 선거의 전 과정을 재검토하고 재확인하고 있다. 표가 사라졌거나 분실됐다거나, 바꿔치기됐거나 또는 어떤 형태로든 손상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 앞서 자신의 트위터에 전국적으로 트럼프를 지지한 270만표가 사라졌고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트럼프 표가 바이든 표로 바뀌었다는 주장이 담긴 글을 게시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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