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도로를 걷거나 차를 운전할 때 주위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이용자를 자주 보는 만큼 전동킥보드 사고 소식도 자주 들려온다. 가볍게 다치는 정도가 아니라 사망에 이르는 사고도 일어나고 있다. 이쯤 되면 언제 어디서든지 저렴하게 전동킥보드를 이용하는 편리성만큼이나 안전과 관련된 논의와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따르면 전동킥보드에 관한 규제는 훨씬 더 완화됐다. 이전에 전동킥보드는 오토바이 수준의 규제를 받았다. 인도가 아니라 차도에서 운행해야 하고 이용할 때는 헬멧을 착용해야 했다. 이러한 규정은 현실에서 잘 지켜지지 않았다. 전동킥보드 이용자는 인도와 차도를 가리지 않으며 헬멧을 쓰지 않고 두 명이 타는 경우도 많았다. 이처럼 규정이 있어도 잘 지키지 않으니 도로 사정, 이용자의 부주의, 돌발적 상황 등이 일어나면 무거운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을 충분히 지니고 있다.
도로교통법 개정안에 의하면 오토바이 면허가 없어도 만 13세, 보통 중학생이라면 아무런 제한 없이 전동킥보드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동킥보드를 편리하게 타는 사람이 분명 늘어날 것이다. 또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교통수단의 하나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전동킥보드와 연관된 산업과 상업도 성장할 것이다. 전동킥보드가 도로와 거리 곳곳에 아무렇게 주차되고 사고 가능성 역시 늘어날 것이다. 이용자의 편리성에 비례해 생활 민원이 증가할 수 있다. 우리는 두 가능성을 모두 반길 수가 없다. 안전을 고려한 전동킥보드의 활성화에 반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한 가지 가능성에만 주의하고 다른 한 가지의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
장자는 자신의 책에 공자를 등장시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잘한다. 그의 제자 안회가 제나라 제후를 찾아가서 정치 문제를 논의한 적이 있다. 공자는 길 떠나는 제자를 생각하니 근심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다른 제자 자공이 공자에게 왜 그렇게 걱정하느냐고 물었다. 이때 공자는 지난날 현자인 관중(管仲)의 말을 들먹이며 자신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이야기했다.
“주머니가 작으면 큰 것을 넣을 수 없고 두레박줄이 짧으면 깊은 우물의 물을 길을 수 없다(저소자불가이회대·저小者不可以懷大, 경단자불가이급심·경短者不可以汲深).” 얼핏 생각하면 안회의 주머니가 작고 두레박줄이 짧아서 공자가 걱정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 안회는 분명히 효율보다도 이상을 앞세우고 이익보다는 사랑과 정의의 인의(仁義)를 말하며 제나라 제후를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제나라 제후의 주머니와 두레박줄이 안회의 말을 들을 정도로 크고 길 경우에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자칫 안회가 화를 입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공자는 제자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길을 떠났지만 마음 편히 보낼 수 없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짧은 두레박줄로 깊은 우물물을 긷는다는 경단급심(경短汲深)의 고사가 생겨났다. 또 작은 주머니에 큰 물건을 넣는다는 저소회대(楮小懷大)의 고사를 만들 수 있다. 두 성어는 글자야 다르지만 의미는 같은 셈이다. 여기서 짧은 두레박줄로 우물물을 길으려고 애쓰는 장면이나 작은 주머니에 큰 물건을 넣으려고 끙끙거리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노력하려고 무진장 애를 쓰지만 소득이 신통치 않다. 아니 주머니가 찢어지거나 사람이 우물에 빠지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일을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들이지만 바라는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고 자칫 불행한 일을 당할 수도 있다.
1980년대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붐이 일어난 적이 있다. 당시에도 롤러스케이트를 타려면 조금 성가시지만 안전을 위해 무릎보호대와 헬멧을 착용하도록 했다. 전동킥보드는 롤러스케이트보다 위험성이 더 큰데도 불구하고 안전장치 없이 이용의 편리성을 확대한다면 어떻게 될까. 바라는 대로 이용객이 급증하고 산업과 상업이 활황일까. 아니면 중대한 사고가 일어나서 전동킥보드 이용 추세가 급감하게 될까. 경단급심의 일이 일어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안전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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