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초 옵티머스 자산운용에 발을 들인 김재현 대표. 그는 그 전까지 라오스에서 약 10년 동안 농사 업체를 운영해오던 인물이다. 그런 그가 국내에 들어와 당시 이혁진 대표가 운영했던 옵티머스를 어떻게 가게 됐을까. 첫 시작은 옵티머스 초기 사모펀드(PEF) 본부장 홍모씨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홍씨는 한 회사를 무자본으로 인수합병(M&A) 하는 과정에서 허위 공시를 한 혐의로 지난 7월 법정구속 된 후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기업사냥꾼’ 일당 중 하나로 분류되는 홍씨를 통해 옵티머스에 들어온 김재현 대표는 시작부터 단추를 잘못 꿴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14일 복수의 옵티머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혁진 대표에게 김재현 대표를 소개해준 것은 홍씨다. 앞서 김 대표와 이 대표는 한양대 동문이라 서로 원래 알던 사이가 아니었냐는 얘기도 나왔었지만 주선자는 김 대표와 동갑내기 친구인 홍씨였다. 다만 홍씨는 한양대가 아니라 홍익대 출신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의 옵티머스 합류 과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홍씨는 김재현에게 ‘좋은 펀드 있으니 같이 해보자’고 해서 들어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때는 김 대표가 라오스에서 귀국한 지 1년 정도밖에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옵티머스에 가기 전 김 대표는 홍씨와 이피디벨로프먼트라는 법인을 차려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하던 참이었다. 이피디벨로프먼트는 서울시 청년주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반년 동안 사업 추진은 차일피일 미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지연은 홍씨가 김 대표에게 코스닥 상장사 K사의 대표 박모 변호사를 소개해주면서 시작됐다는 주장이 있다. 당시 김 대표를 잘 아는 관계자는 “김 대표가 박 변호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못 받은 상황이 발생했고, 일이 꼬이면서 이피디벨로프먼트 사업 추진은 결국 진행 안 됐다”며 “김 대표가 이때 홍씨에게 많이 실망했던 모습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박모 변호사는 이스타항공 이사로 있었고 회장이었던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측근이었다. 박 변호사는 K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에게 돈을 빌렸고, 돈을 빌린 사람 중 하나가 김 대표였던 것이다. (관련기사- 옵티머스 김재현, 여권 인맥 있는 ‘박 변호사’에 네차례 돈 빌려줬다)
하지만 김 대표는 홍씨의 설득에 다시 한 번 응하고 옵티머스에 합류했다. 김 대표의 측근이었던 한 관계자는 “홍씨를 통해 옵티머스를 들어와 보니 막상 펀드 규모도 작고 상태도 다 별로라서 김재현은 ‘나도 속았다’는 식으로 투덜대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김 대표는 ‘회사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이혁진 대표를 밀어내 단독대표로 자리를 차지했다. 김 대표의 다른 측근은 “이혁진 대표가 금융감독원에 ‘부당하게 대표직에서 밀려났다’는 취지의 민원을 넣은 것에 대해 김 대표는 부담을 많이 느꼈다”며 “이혁진이 민주당 인맥이 많았던 점을 많이 신경 썼던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 전파진흥원의 기금 700억여원을 받아 펀드 규모를 키워나갔다. 김 대표의 다른 측근은 그가 “전파진흥원이 곧 들어올 것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말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에서 체류 중인 이혁진 대표는 지난달 1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많은 범인들이 잡히고 일탈을 하는 사람들이 다 드러나면 나에 대한 모든 의혹도 풀릴 것”이라며 “그런 시점이 오면 그때 가서 증언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본지는 구속된 상태인 홍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그의 변호사들에게 접촉을 시도했지만 변호사 측은 거부했다.
/손구민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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