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민국 대통령 당선인이 사실상 당선을 확정한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지만 북한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조선중앙방송 등 관영 매체들은 물론 ‘우리민족끼리’와 같은 대외선전용 매체들은 15일까지 미국 대선과 관련한 보도를 전혀 보도하지 않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한국 시간으로 지난 8일 당선을 사실상 확정한 점을 고려하면 벌써 일주일째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공개 활동 역시 벌써 20일이 넘게 보도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의 공개 행보는 지난달 21일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 70주년을 맞아 평남 회창군 소재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을 참배한 게 마지막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그나마 ‘톱다운’ 방식의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기대했다가 결과가 반대로 나오면서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소송전을 예고한 만큼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상황을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마저 지난 13일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을 통해 바이든에게 공식 축하 인사를 건넨 만큼 ‘정상 국가’를 표방하는 북한 역시 마냥 침묵만 지킬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에 대해 “(북한의 침묵이) 트럼프 대통령의 불복 때문인지는 단정할 수 없다”며 “(김 위원장 잠행에는)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북한은 과거에도 미국 대선 결과에 대해 신속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가장 빨랐던 사례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당선된 지난 2008년이다. 당시 북한 당선 결과 확정 이틀 만에 “공화당 후보인 상원의원 매케인을 많은 표 차이로 물리쳤다”고 보도하면서 내심 오바마의 승리를 바랐던 속내를 드러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기대와 달리 ‘전략적 인내’ 정책을 펴자 2012년 재선 때에는 사흘 만에 논평 없이 사실만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당선됐을 때는 이틀 만에 노동신문을 통해 보도하면서 아예 당선자 이름조차 밝히지 않은 채 ‘새 행정부’라고만 표현했다.
조지 W. 부시와 엘 고어가 맞붙어 한 달 넘게 승자가 확정되지 않았던 2000년 대선 때는 대선 11일 뒤에야 “미국에서 지난 7일 대통령 선거가 있었으나 지금까지 그 결과가 발표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방대법원의 판결로 부시의 당선이 확정된 뒤에는 나흘 뒤인 12월17일에 최종결과를 보도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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