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이자 명목으로 성관계를 요구한 군인의 성폭행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군사법원의 판결에 대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육군 소령 A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혐의를 무죄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에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2019년 7월 ‘조건 만남’으로 알게 된 10대 B양에게 돈을 빌려준 뒤 상환 연체에 대한 이자를 명목으로 성관계를 요구했다. A씨는 B양의 집 사진을 찍어서 메시지로 보내고 계속 전화를 걸어 압박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군 검찰은 A씨가 ‘위력’으로 B양에게 성관계를 강요했다고 보고 아청법상 위계 등 간음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이 혐의는 속임수(위계) 또는 의사를 제압하는 유·무형의 힘(위력)으로 아동·청소년과 성관계를 맺은 경우에 적용된다.
고등군사법원은 A씨의 위계 등 간음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변경된 죄명인 강요미수죄를 유죄로 인정했다. A씨가 이자 명목으로 B양과 성관계를 맺으려 한 것으로 보이지만,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를 약속하지는 않은 점에 비춰볼 때 ‘막연한 생각’에 그쳤다는 이유에서다. 고등군사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할 당시 피해자를 간음하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했을 뿐 실제로 간음 행위에 이르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의도를 드러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시간과 장소를 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범행 계획이 구체적인지 또는 피고인의 행위가 성관계를 위한 수단이었는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사항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또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관계를 결심하게 될 중요한 동기에 대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A씨는 B양과 ‘조건 만남’을 한 혐의(아청법상 성매매)에 대해서는 군사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고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이경운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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