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13일 중국 주도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가입한 가운데 미국의 복귀 가능성이 높아진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도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우리 정부는 CPTPP 가입에 전향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참여 여부를 놓고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와대 내부에서도 CPTPP 가입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자유무역 다자주의에 우호적인 통상환경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과 협력적인 관계를 취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CPTPP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높은 경제의존도 등 편중된 무역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 역시 CPTPP 참여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한국의 통상경쟁력은 어느 나라보다도 높다”면서 “다자협정을 새로 맺는 것은 우리 경제에 이익이 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CPTPP 가입의 경우 진입장벽이 높다는 점이 우리 정부의 고민거리다. CPTPP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가 필요하다. 현재 CPTPP가 일본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만큼 대(對)한국 수출규제 등으로 마찰을 빚고 있는 일본의 입장이 변수로 꼽힌다.
청와대 역시 CPTPP 가입의 필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CPTPP와 RCEP는 보완 관계인 만큼 CPTPP 가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들어갈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 결정할 시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우리 정부의 이 같은 입장변화는 한국이 중국 주도의 RCEP에 가입하면서 ‘반중 노선’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호무역 기조 아래 미국 중심의 경제공동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자유무역 질서를 강조하는 만큼 동맹 간의 경제블록에 복귀할 공산이 크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해 7월 미 외교협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TPP 탈퇴 결정에 대해 “우리가 중국을 운전석에 앉힌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내 주안점은 아시아와 유럽의 친구들이 21세기 무역규칙의 길을 세우고 우리와 함께 중국의 무역기술 분야의 남용에 강하게 맞서도록 결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의 반시장 정책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탈퇴 후 이름을 바꾼 CPTPP에 동참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현재 CPTPP에는 RCEP에도 가입한 일본과 호주·뉴질랜드 등을 포함해 총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은 당시 TPP 참여에 관심을 표했으나 중국의 반발을 우려해 가입을 선언하지는 않았다. /허세민기자 sem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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