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식 법원장은 서울회생법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자율 구조조정 지원 프로그램(ARS)을 적극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ARS는 회생 절차 개시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가 당사자 간 협의가 이뤄지면 회생 신청 자체를 취하하도록 하는 제도다. 지난 2018년 7월 도입돼 현재까지 총 15건에서 활용됐다. 6월 회생을 신청했다가 구조조정 이해관계자들의 합의가 이뤄져 3개월 후인 9월에 회생신청 취하가 허가된 A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정 법원장은 “15건 중 7건은 ‘자율조정 합의 완료’ 또는 ‘추후 협의 진행’을 위해 취하돼 ARS 제도의 목적을 달성했다”며 “취하되지 않고 회생 절차가 진행된 나머지 8건도 결국 인가돼 채무조정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에서는 ARS 외에도 기업을 살리기 위한 여러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회생 기업이 인수 의향자와 공개입찰을 전제로 인수계약을 맺는 스토킹호스(Stalking Horse), 법원이 빚을 신속히 줄여 주면 채권단이 신규 자금을 투입하는 P플랜(Pre-packaged Plan), 중소기업 맞춤형 회생 절차(S-track) 등이다. 두 가지 이상의 제도가 한꺼번에 적용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ARS가 적용됐다가 회생 절차로 복귀해 최종적으로는 P플랜으로 회생한 광학요소 제조업체 동인광학이 그 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뤄진 개인 회생 특별면책 활성화 역시 정 법원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서울회생법원은 7월 실무준칙을 개정해 ‘비자발적 실직으로 인한 장기간의 소득 상실’ 등을 특별면책 사유로 폭넓게 인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7월 6건이던 특별면책 신청이 9월에는 39건으로 늘었다. 정 법원장은 “특별면책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시민들의 건전한 사회 복귀를 적극 지원하고자 한다”며 “많은 시민이 특별면책 등 우리 법원의 제도를 알고 필요할 때 도움을 요청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 법원장은 올해부터 서울회생법원 판사들의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조세 강의 프로그램’도 시작했다. 세무회계나 조세법·도산법에 관한 강의가 포함돼 있다. 이 프로그램은 도산 절차의 실무상 쟁점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받아 지금은 서울고법과 수원지법에서도 활용하고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각종 도산 절차의 개념과 신청 자격 등을 안내하고 있다. 각종 회생이나 파산에 필요한 신청서 양식도 모두 올라와 있어 필요할 경우 쉽게 찾아 쓸 수 있다.
/이희조기자 l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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