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연구·실험을 진행하는 연구실이 여전히 수기(手記)로 약품 목록을 만들 정도로 시약 관리가 낙후돼 있고 안전사고 위험도 상존하지요. 스마트폰으로 찍기만 하면 손쉽게 시약 관리가 가능한 솔루션으로 연구실 안전과 연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시약 관리 플랫폼 스타트업인 스마트잭의 김건우(40·사진)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시약 관리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해 연구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기술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스마트잭이 개발해 지난해부터 운용 중인 ‘랩매니저’는 한 연구실에서 보통 700여종의 시약을 사용·관리하는 연구원들의 수고를 인공지능(AI)으로 덜 수 있는 플랫폼이다. 랩매니저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시약병의 라벨이나 QR코드·바코드를 찍기만 하면 이를 인식해 시약의 이름·용량·제조일·유효기간 등을 자동으로 등록한다.
김 대표는 “시약 일부는 화학명이 영문으로 100자가 넘을 정도로 복잡해 기록이 쉽지 않다”며 “또 국내 연구실의 약품 4분의1 정도는 라벨이 훼손돼 있거나 QR코드가 없는데 랩매니저는 이런 오류를 자동 인식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잭은 약품 코드를 사람이 일일이 입력하는 다른 약품 관리 프로그램과도 차별화된 AI 기술을 적용했다. 라벨 이미지를 텍스트로 전환하는 기존 광학문자인식(OCR) 기술에 더해 자체 개발한 화학물질 분석기(CCA)로 화학명 등 오탈자를 인식하고 보정·등록하는 것이다. 회사는 이 기술을 국내 특허출원했다. 그는 “가령 700개 시약을 연구원 3명이 수기 방식으로 등록하면 7일 정도 걸리지만 AI 기술이면 한 명이 반나절이면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랩매니저를 쓰는 국내 연구실은 2,120여곳에 이른다. KIST 등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실 100여곳을 비롯해 대학 30여곳과 유한양행·삼양사 등 기업 연구실 등에서 총 6,800여명의 연구원이 랩매니저로 시약을 관리하고 있다. 그는 “여전히 많은 곳에서 강산성·발암물질 시약 등이 방치돼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국내 연구실 총 7만9,000곳, 다루는 시약만 5만개인 점을 감안하면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잭의 시약조사 프로그램은 올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연구실별 유해인자 조사’ 사업에 도입돼 연말까지 연구실 전수조사에 운용된다. 그는 “관리에 그치지 않고 시약 주문·구매가 가능한 ‘랩매니저 스토어’도 지난 9월 열었다”며 “오픈마켓을 통해 연구실의 시약 중복구매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려대에서 화공생명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삼성전자 등에서 12년간 상품기획자로 근무했다. 학교 동문들과 함께 옥탑방에서 IT 창업에 대한 꿈을 키운 그는 2017년 삼성전자를 퇴사하자마자 스마트잭을 세웠다.
그는 “허술한 시약 관리 실태에 대해 일반인들이 의아해할 정도로 아직은 관심이 부족한 분야지만 그만큼 기회도 많다”며 “연구실 안전과 연구 편의성을 높이는 데 최고의 기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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