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우미’ 해리 케인과 짝을 이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최강 공격 듀오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손흥민(28·토트넘). 대표팀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그가 소속팀의 케인처럼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며 다시 한 번 ‘월드클래스’ 면모를 뽐냈다.
손흥민은 15일(이하 한국시간) 오스트리아 빈 남부의 비너 노이슈타트 슈타디온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축구 대표팀 평가전에 주장 완장을 차고 황의조(보르도)·이재성(홀슈타인 킬)과 유럽파 공격 삼각편대를 이뤘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앞서 선수 4명(권창훈·이동준·조현우·황인범)과 스태프 1명이 현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김문환·나상호까지 추가로 양성 반응을 보였다. 25명의 선수 중 총 6명이 코로나19에 발목 잡힌 것. 이 때문에 경기 취소 얘기까지 나왔으나 한국·멕시코축구협회와 오스트리아협회는 ‘출전 가능 선수가 13명 이상일 경우 경기 진행이 가능하다’는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의 규정을 따랐다.
대표팀 내 집단 감염에 주전급들이 대거 빠지고 분위기도 어수선한 가운데 FIFA랭킹 38위 한국은 11위의 강호 멕시코에 2대3으로 역전패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당한 1대2 패배를 설욕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멕시코와 전적은 4승2무8패. 하지만 축구 팬들은 올 시즌 EPL 득점 공동 1위(8골), 공격 포인트 2위(10개)에 빛나는 손흥민의 농익은 플레이를 감상할 수 있었다. 토트넘에서는 어시스트 1위(8개) 케인의 도움을 받는 입장이라면 이날은 특급 도우미로 부지런히 공격의 활로를 닦았다.
경기 시작과 함께 멕시코 공격 콤비 이르빙 로사노(나폴리)·라울 히메네스(울버햄프턴)의 저돌적인 공격에 허둥지둥하던 대표팀은 전반 21분에 오히려 선제골을 넣었다. 손흥민의 왼발이 해냈다. 왼쪽 측면으로 쇄도해 올린 크로스가 문전 침투하던 황의조에게 딱 맞게 들어갔다.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1대0. 대표팀의 첫 슈팅이 황의조의 A매치 11호 골로 완성됐다.
손흥민은 경기 전 황의조 등이 소속팀에서 시즌 ‘0골’로 부진한 점을 언급하며 “더 나은 모습으로 소속팀에 돌아가게 돕는 것도 내 역할”이라고 말했는데 약속대로 역할을 다한 셈이다. 쉴새없는 좌우 돌파로 공격 기회를 만들던 손흥민은 후반 초반에는 후방에서 공을 잡자마자 오른발 침투 패스로 황의조에게 골키퍼와 1대1 찬스를 안기기도 했다. 골키퍼 선방에 막히기는 했지만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금메달 콤비의 녹슬지 않은 호흡을 확인할 만한 장면이었다.
대표팀 수비는 후방 빌드업(공격 전개) 과정에서 패스 실수가 잦아 경기 내내 고전했다. 결국 후반 22분 권경원(상주)의 패스가 막혀 역습에 히메네스에게 동점골을 내줬고 2분 뒤 또 수비 진영에서 전진 패스가 차단되는 바람에 역전 결승골을 맞았다. 후반 25분에는 세트피스(프리킥)로 쐐기골을 내줬다. 3분 새 3골이나 얻어맞은 것이다. 그나마 한국은 후반 28분 투입된 19세 이강인(발렌시아)이 후반 42분 코너킥으로 권경원의 추격골을 도와 1골 차로 마감했다.
경기 후 손흥민은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잠을 조금 설쳤다.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핑계 삼고 싶지는 않다. 리드 상황에서 실수가 나온 게 가장 크다”며 “카타르는 같은 아시아팀이고 꼭 이겨야 하는 상대다. 좀 더 집중해 실수를 줄이고 찬스에서는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려 꼭 이길 수 있게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은 17일 오후10시 FIFA랭킹 57위 카타르와 평가전에서 A매치 통산 500승에 다시 도전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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